[무점포 창업人] ‘노점부스 7년’ 이백현 사장 “코로나 1년 동안 문 닫아...비수기 여름 이겨내는 중”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5 09: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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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판매로 자영업 시작했다 적자 누적으로 여려움 겪어...2년 전 닭꼬치로 메뉴 변경한 뒤 매출 늘어”
▲남부터미널역 인근 부스형 판매대에서 닭꼬치를 판매 중인 이백현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이백현(67) 사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인근 부스형 판매대에서 닭꼬치를 판매하고 있다.

서초구청으로부터 해당 노점을 인수받고, 7년째 운영 중인 이백현 사장은 처음 몇 년 동안 떡볶이를 판매하면서 빚만 늘어 2년 전부터 닭꼬치로 품목을 바꿨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일은 노동을 거의 안 하니까 몸이 편하고, 정년이 없는 데다가 얼마를 벌든 구애 안 받으니까 좋다며 이를 통해 생계를 꾸릴 수 있어서 정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 같은 마음을 담아 서울시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자 노력한다며 고품질의 재료로 푸짐한 양과 최고의 맛을 제공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도록 노점을 운영하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매해 비수기인 여름과 봄을 제외하면 가을부터 겨울까지 매출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닭꼬치와 떡꼬치를 판매하지만, 성수기에 접어들면 어묵도 함께 판매한다고 전했다.

 

▲남부터미널역 인근 부스형 판매대에서 닭꼬치를 판매 중인 이백현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다음은 이백현 사장과의 일문일답>
 

Q. 현업에 종사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이 노점은 7년 됐어요. 처음에는 떡볶이로 시작을 했어요. 몇 년 동안 하다 보니까 현상 유지가 안 돼서 빚만 졌어요. 그러다가 품목을 한번 바꿔보라고 해서 닭꼬치로 바꾼 거죠. 닭꼬치를 판 지는 2년 반 정도 됐고요. 이거는 일이 좀 수월하고 좀 하다 보니까 돈이 좀 더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적자는 안 나는데 떡볶이  판매 때는 돈 십만 원 팔면 그게 반은 다 없어진다고 봐야죠. 그러고 남는 건 얼마 없잖아요. 떡볶이 판매할 때는 아침부터 나와서 고생을 많이 했죠. 

 

Q. 7년 전에는 다른 일을 했나요?
A. 아뇨. 다른 업종으로 자영업을 한 적은 없어요. 제가 와이프와 함께 다른 음식점을 좀 운영한 적 있어요. 현재는 혼자 일하고 있고요.

Q. 노점을 운영하게 된 자초지종이 궁금한데요.
A. 제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뭐가 잘 안 돼서 노점이라도 차렸는데요. 처음에 서초구에서 노점 하다가 쫓겨났어요. 거기서 노점들을 없앤다고 했는데, 끝까지 안 나가고 버티니까 구청이 생계 대책으로 서울 시내에 부스형 판매대를 만들어 줬어요. 당시 구청으로부터 이 가게를 받았거든요. 구청이 사업자 등록증도 내게 해주고 인정해 줘서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매출로 보면) 저희 같은 경우는 서초구 내에서 한 B급은 되죠. 강남역 같은 데는 A급이고요. 
 

Q. 닭꼬치를 판매한 계기가 있다면?
A. 여기는 유동인구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주변 먹거리로 닭꼬치가 없어서 이게 좀 팔리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요. 요즘 날씨가 더워서 다른 때보다 좀 장사가 안 되는 편이에요.
 

Q.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편인가 봐요?

A. 적성에 맞지 않아도 할 게 없으니까요. 나이 들고 보니까 어디 취직도 못 하고 몸도 아프니까 이 일은 제가 구애 안 받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걸 택한 거예요. 옛날에 직장 생활도 했었죠. 나이 들어가니까 써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가 뭘 할 거예요.  


Q. 가게에 대해 소개한다면?
A. 제 가게는 닭갈비가 맛있다고 이미 소문이 많이 났어요. 아는 사람들은 와요. 다른 데보다 양도 푸짐하게 드리려고 하고요. 가격 면에서는 서울에서 제일 싸다고 생각해요.
 

Q. 닭꼬치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A. 5개 껴진 게 3000원, 7개 껴진 게 3500원이에요. 추가로 떡꼬치는 3000원이에요.

 

▲남부터미널역 인근 부스형 판매대에서 닭꼬치를 판매 중인 이백현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Q. 여름을 제외하고는 봄, 가을, 겨울 매출이 좀 더 낫다는 말씀이죠?

A. 네. 그렇죠. 생계유지는 되는데 그렇다고 여름에 석 달 동안 계속 놀 수도 없잖아요. 가게라는 건 문을 닫아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내 가게니까 그냥 잠깐잠깐 나와서 얼마라도 좀 벌어 가려고 하는 거예요.
 

Q. 사장님이 맛을 직접 개발하는 건가요?

A. 아니요. 공급하는 업체(공장)가 따로 있어요. 업체가 여러 군데 있는데 이 업체 거, 저 업체 거 다 맛보거든요. 그중에서 한 업체가 소문이 나서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그 업체와 계약하고요. 고기도 조금 더 좋은 걸로 쓰고 있어요. 닭꼬치는 고기가 좋아야 돼요. 많이 팔아야 되기 때문에 재료비를 따지지 말고 어떤 고기가 더 좋은 지에 대해 굉장히 집중을 해요. 노점이기 때문에 다른 데보다 양도 더 많아야 되고 싸야 되고요.

 

Q. 손님들 반응은 어떤가요?
A. 대부분의 손님들이 식재료가 최고라고 평가해요.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여러 번 계속 먹는 사람도 있고요. 또 여러 번 계속 먹다 보면 질리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안 오다가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Q. 손님들이 특정한 맛이 좋다면서 그 맛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나요?
A. 그런 건 없어요. 왜냐하면 품목이 한정돼 있고, 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그런 말을 안 하더라고요. 다들 맛있다고 그러고요. 또 말없이 그냥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게 안 맞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다들 각양각색이죠. 제가 손님이 많은 날에 어떤 걸 하면 손님들이 칭찬을 아주 많이 해주고요. 또 유튜브 같은 데도 올려주는 사람도 있어요.

 

Q. 이 일을 통해서 만족스러웠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육체적으로 노동을 거의 안 하니까 몸이 좀 편해요. 장사가 잘 될 때는 기분이 좋죠. 나이 들어서 제 입장에서 뭐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거라도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는 게 참 좋아요. 나이 들어서 종이 박스 등 폐지 같은 거 줍는 것보다는 이 일이 육체적으로 훨씬 편하잖아요.

 

▲남부터미널역 인근 부스형 판매대에서 닭꼬치를 판매 중인 이백현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Q. 사장님은 꽤 긍정적이시군요.
A. 제가 몸이 약하니까 힘든 일은 못 하잖아요. 그렇다고 놀 수 없는 형편이고요. 제가 와이프랑 둘이 사니까 생계를 꾸려야 해서 나와서 하는 거죠. 정년 같은 게 없기 때문에 노후에도 제가 힘닿는 데까지 일할 수 있고, 1000원을 벌든 2000원을 벌든 구애 안 받으니까 그런 장점이 있어요.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당시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A. 코로나 때는 이 가게를 운영 못 했죠. 한 1년 이상을 아예 문을 닫았어요. 재작년부터 이 가게를 다시 열어서 지금은 이제 많이 나아졌죠. 코로나 때 제가 다른 데 가서 돈 안 들이고 음식 관련 일을 했는데, 거기서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한 2년 동안 2000만원 소상공인 대출받고 그걸로 생활했죠. 그 후로 절반은 갚고 나머지 반은 지금 갚아야 하는데 이월해 주더라고요. 애초에 ‘소상공인협회’에서 보증을 서준 거기 때문에 기업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받았어요.

 

Q. 매장 없이 장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장단점이 있다면?

A. 장점은 구청에서 허락을 해준 것 때문에 점용료가 있어요. 세가 싸요. 제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세금이 약간 붙어요. 쉽게 말해서 구청에 세를 내는 것밖에 없으니까 부담이 없어요. 여기는 제가 월세, 보증금같이 세를 내는 게 없으니까, 없는 사람들 생계용으로 내준 거기 때문에 좀 그런 혜택을 보고 있어요. 

 

Q.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전반적으로 음식 재료비나 노점을 유지하는 데에 큰 부담이 없나요?
A. 사실 요즘은 좀 힘들죠. 재료값은 올라가고 있지만 음식값을 올리기가 좀 뭣해서 안 올리고 있어요. 아무리 맛있어도 비싸면 손님이 안 올 거 아니에요.
 

Q. 그런 상황에서 닭꼬치 가격을 안 올릴 수도 없지 않나요?
A. 지금은 워낙 비수기이고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아요. 가격을 올려놓으면 누가 먹겠어요. 안 먹죠. 주로 없는 사람들이 많이 사 먹어요. 현재는 가격을 안 올리고 판매 중이에요. 어느 정도 성수기에 접어들면 그때 가서 조금 올리더라도, 지금은 이익보다는 그냥 유지만 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가을 되면 사람들이 입맛이 바뀌어서 어묵을 잘 찾거든요. 그때 되면 제가 어묵도 팔 거고요. 그걸 내다보고 버티는 거죠. 지금은 돈 번다는 생각을 안 해요. 그렇다고 놀 수도 없으니까 하는 거죠. 여름에는 돈을 까먹죠. 해마다 여름에 두세 달씩 쉬었어요. 그런데 쉬다 보면 돈도 쓸데없이 나가다 보니까 여기 나오면 벌지는 못 해도 까먹지는 않잖아요. 

 

Q. 실제로 이 가게 유지비는 매달 전기세랑 가스비 정도만 나가는 상황인가요?
A. 네. 그런 셈이죠. 그리고 여기는 한 달에 대략 10만원 정도로 해서 일시불로 나가요.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서 연별로 특정 해에 얼마 이렇게 계산해서 나오기 때문에 1년에 얼마씩 내는 식이죠. 올해는 가스비가 올라서 구청에서 한 20% 깎아준대요. 자리가 좋은 데는 더 많이 받고요. 강남역 같은 데는 유동인구가 많잖아요. 이런 데는 사람이 없어요. 제일 장사가 잘 되는 시간대가 퇴근 시간밖에 없어요.

Q. 비수기더라도 적자가 나는 상황은 아니죠?
A. 비수기 때는 겨우 전기세나 뽑아 먹죠. 생활하다 보면 적자죠. 적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죠. 여름 나기가 그게 좀 힘들어요. 그래서 가을이나 겨울에 왕창 벌어서 여름을 넘겨야 되는데, 그렇게 좀 벌어도 올해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Q. 7년째 운영하면서 매출이 가장 좋았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A. 시기와 상관없이 매해 겨울이 제일 낫죠. 가을까지는 좀 나은데, 봄 들어와서 매출이 좀 떨어지죠. 그동안 많이 먹었으니까 질릴 테니까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요즘 날씨가 더워서 손님이 없는 게 가장 어렵죠. 단골들이 찾아주시기는 하는데 10번, 20번 먹을 수는 없잖아요. 
 

Q. 그래도 단골손님 위주로 많이 오나 봐요?

A. 아니요. 새로운 분도 가끔 한 번씩 오시는데 그분도 단골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여기는 유동인구가 다니는 사람들만 다녀요. 직장이 있으니까 그 외 사람들이 없어요.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정부에 뭘 바라겠어요. 저는 우리나라에 태어난 걸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 정부에서 국민에게 막 배려해 주고 장사하는 거 신경 써 주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감사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요. 다른 나라 이야기 들어보면 우리만큼 복지 혜택 좋은 데도 없잖아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계획은 따로 없고요. 현재 일을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제 나이가 70 다 돼가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건데, 욕심을 부린다고 다 되지도 않고, 또 뭘 바꾼다고 되지도 않고 그냥 열심히 현실에 만족하면서 사는 거 그 이상 더 바랄 것도 없어요.

Q. 무점포를 창업하려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A. 이거는 내가 하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가 없는 거기 때문에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게 말해줄 수가 없어요. 이건 특별한 케이스거든요. 제가 기존의 노점을 문을 닫고 쫓겨나면서 구청으로부터 이걸 받은 거라서 이거는 아무나 해주지 않아요. 장애인이나 못 사는 사람,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경우예요.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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