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욜로’는 옛말, 고물가 시대 ‘무지출’ ‘짠테크’가 뜬다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2-08-10 19: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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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솟는 물가에 2030세대 중심 ‘무지출 챌린지’ 유행
- 초절약 소비행태로 변화... 극단적 절약보다 합리적 소비 고려해야
▲ 최근 치솟는 물가로 인해 MZ세대로 불려지는 2030세대 사이에서는 지갑을 닫고 무(無)소비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freepik)

 

최근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갑을 닫고 무(無)소비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로 불려지는 2030세대들은 고물가 시대에서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회사 구내식당에서 3끼를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이용하고 커피 대신 물, 혹은 회사 탕비실을 이용한다. 또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안 쓰는 물건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아 부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냉장고 파먹기, 셀프 이발하기, 쿠폰 모으기,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밥 얻어먹기 등 무지출을 넘어 짠테크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행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소비 행태 관련 연관어 증감률 비교(이미지=KPR 인사이트 트리)

변화하는 소비행태... ‘무지출', ’무소비‘로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매스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상의 빅데이터 약 120만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와 행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소비 행태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 결과,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과 ‘무소비’ 언급량은 30% 증가했지만 명품 소비를 지칭하는 ‘플렉스’, ‘욜로’ 언급량은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당장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던 ‘욜로(YOLO)’ 소비는 옛 말이 되었다.


무지출과 무소비 관련 연관어로는 △냉장고 △포인트 △중고 거래의 언급량이 2021년 하반기보다 2022년 상반기에 평균 5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냉장고의 언급량은 2021년 하반기 1435건에서 2022년 상반기 2055건으로 약 43.2% 증가했다. 포인트 언급량은 1590건에서 1995건으로 약 25.5% 증가했으며, 중고 거래 언급량은 1061건에서 1973건으로 약 86.4% 증가했다.


이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냉장고 파먹기(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것)’를 통해 지출을 줄이는 챌린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짠테크(짜다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 열풍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포인트를 모아 기프티콘으로 교환하거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형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플렉스와 욜로 관련 연관어로는 △여행 △쇼핑 △명품 등이 상위에 올랐지만, 언급량은 2021년 하반기보다 2022년 상반기에 평균 2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언급량은 2021년 하반기 7615건에서 2022년 상반기 6485건으로 약 26% 감소했고, 쇼핑 언급량은 6743건에서 4493건으로 약 33% 감소했으며 명품 언급량은 3058건에서 2607건으로 약 15% 감소했다.

▲ 극단적인 절약과 소비는 자칫 삶의 만족도나 행복과 같은 긍정 정서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합리적 소비를 위한 선택지를 늘리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해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사진=freepik)

‘무지출 챌린지’ 우려... 합리적 소비 고려해야
최근 4년 만에 1억원을 모으고 아파트 당첨까지 된 2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월급 200만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앱테크는 물론 생활 속 짠테크를 실천하며 돈을 모았다. 한 달 식비로 8,400원 밖에 쓰지 않았다는 점은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아파트 당첨까지 되어 생애 최초 자가 주택을 장만한 여성의 성공적인 짠테크에 부러움과 칭찬의 말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무지출‧무소비 절약법들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된 유투브 채널도 더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절약과 소비 통제 생활의 유행을 두고 이로 인한 극도의 소비 저하가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말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무소비 챌린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도 있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있다. ‘무지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탕비실에 커피나 빵, 간식들을 집으로 가져가는 얄미운 모습이나, 호의로 사 주는 식사가 ‘자기만의 절약법’으로 변질되어 상호 감정이 상하는 일로 비화된 사례도 있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택하는 ‘무지출 챌린지’를 싸늘하게 바라만 볼 순 없는 현실이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극단적인 절약과 소비는 자칫 삶의 만족도나 행복과 같은 긍정 정서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합리적 소비를 위한 선택지를 늘리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해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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