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많이 벌 때는 혼자서 (매달) 300~350만원 정도 벌었는데 요즘은 70만원도 못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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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년 구두 수선 장인 신동협 사장 |
52년 동안 평생을 바쳐 구두수선 일에 종사해 온 신동협(67) 사장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20년째 구두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에 장사가 제일 잘 됐다는 신 사장은 혼자서 한달 동안 250~350만원까지도 벌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신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며 현재는 60~70만원도 겨우 번다”며 “(정부가) 일하고 있는 노인들의 일자리라도 빼앗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매일 20년째 출퇴근한다는 신 사장은 아내와 자신이 모두 아픈 몸이라서 돈을 벌어 병원비와 약값으로 모두 충당하고 있는데 구청에서 올해 3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통보가 왔다며 깊은 근심을 드러냈다.
그는 노점상이 인근 가게에 피해를 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두 부스는 경쟁하는 점포가 없기 때문에 예외라며 구두수선 부스를 구청에서 왜 서둘러 없애려고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당 부스를 2003~2004년 경에 샀는데 구두 부스는 매매를 못하게 돼 있다는 사실을 구청으로부터 뒤늦게 알게 됐다며 미리 알았다면 법을 어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10년 주기로 사람이 바뀌면 명의를 이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 사장은 전주인 명의로 운영하다가 지난해 전주인이 사망하면서 구청이 전주인의 부인에게 50만원과 함께 명의를 승계해 준 것 같다며 본인 앞으로는 하나도 온 게 없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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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년 구두 수선 장인 신동협 사장 |
<다음은 신동협 사장과의 일문일답>
Q. 구두 수선을 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52년 됐어요. 제가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일을 하다가 2003~2004년 경에 지인 소개로 자양동에서 구두 부스를 처음 열고 20년째 운영 중이고요.
Q. 구두 부스를 못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구두 부스 매매가 금지돼 있는 줄 모르고 시작했어요. 지인과 전주인 모두 알려주지 않았죠.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법을 어긴 적이 없는데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구두 부스를 건네받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전주인 이름으로 명의가 돼 있는데 이 분이 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그 후로 구청에서 (전주인) 부인에게 승계를 해준 것 같아요. 그분한테 넘어갔고 저한테는 하나도 온 거 없어요. 구청도 너무해요. 강남에서 이 일을 오래 한 친구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10년 주기로 사람이 바뀌면 명의를 이전해 줬었대요. 또 구청 직원 말로는 전주인이 저한테 구두 부스 매매 금지 얘기 안 하고 판 상황이라면 전주인이 살아있다면 사기로 고발할 수 있대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전주인이 구청에서 서류 떼다 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올 때마다 수고비 5~10만 원씩 드렸었는데 전주인으로부터 매매 금지와 명의 관련해서 들은 얘기가 없으니 마음이 안 좋아요.
Q. 요즘 운동화나 캐주얼화를 신고 다니는 직장인이 늘면서 구두 닦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죠?
A. 그렇죠. 처음 2004년에는 여기 은행 직원들 신발을 하루에 50켤레 가까이도 닦았었고 1주일에 몇 번 하면 매달 얼마씩 받았어요. 그랬는데 작년 봄에 은행에 찾아가니까 이제 운동화 신어도 되게끔 자율화로 바뀌어서 단골 고객이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손님이 제일 많은 계절은 봄, 가을인데 요즘 봄, 가을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되다 보니까 장사가 예전만 못해요. 그 다음으로 겨울이 낫고 여름은 샌들을 신으니까 거의 없어요.
Q. 코로나19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아뇨. (그때나 지금이나)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밖에다가 (팻말로) 운동화 수선도 한다고 써놨고요. 가끔 구두 신으신 단골손님들이 찾아오시기는 하지만 답답해요. 제가 예전에 여기서 많이 벌 때는 혼자서 (매달) 300~350만원 정도 벌었고 최하 25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작년 12월에는 70만원도 못 벌었어요. 세금은 보통 매년 90만원 정도 나왔어요. 코로나 때는 30만원 정도 깎아줬는데 지난해 세금은 건물세랑 토지세 합쳐서 107만원 정도 나왔어요. 구청은 일시불로 요구하는데 제가 당장 낼 수 없어서 3개월로 분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니까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태도예요.
Q. 언제부터 손님이 확 줄어든 걸 실감 하셨나요?
A. 코로나 시작하고부터요. 맞은편에 있는 △△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바뀐 뒤부터 사람들이 이 길로 다니지를 않아요. 구의역 1번 출구 쪽은 사람들이 엄청 다니거든요. 저는 단골이 가끔 와주니까 하긴 하는데 지금 주머니에 어제 막 들어온 만원 하나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60~70만원 버는데도 집사람한테 세금 내고라도 (계속) 할지 제가 물어본 적도 있는데 집사람은 세금 내고 계속해야지 그럼 어떡하냐고 하더라고요. 집사람도 답답한 거죠. 이 와중에 동사무소에 알아보니까 이 일을 하려는 분들이 줄 서있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구청에서) 갑자기 와서 (구두 부스를) 3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거예요. 평생 이 일만 해왔고 저랑 집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약값이나 병원비를 보태야 되는데 (구청에) 올해 중순이나 말까지만이라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들어줘요. 서울시에 하소연해도 서울시 정책이라면서 구청에 알아보라고 떠넘기고요. 지난번에 가스비도 엄청 나와서 가스비도 보태야 되는데 왜 그리도 빨리 없애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2004년 이전에는 셔터 문이 달린 부스였는데 그 당시에도 서울시에서 우리한테 보상금도 안 주고 이 부스를 반강제로 없애버렸거든요. 제가 고물상한테 1만원인가 5만원을 받고 철거했죠. 이후 2008년도에 현재 부스를 설치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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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저는 올해 중반이나 올해까지 만이라도 이 사업을 유지하고 싶어요. 음식 하는 무점포와 다르게 구두 부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냄새로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인근 가게와 경쟁하는 사이도 아니예요. 나라에서도 노인네들 일자리 생각하는 모양인데 노인들의 일자리도 유지시켜 줄 수 있잖아요. 나이 먹은 사람들 일자리를 빼앗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구청에 알아보면 하루에 4시간 일하는 게 있어요. 그거라도 하면 용돈벌이, 밥값 벌이는 어느 정도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너무 대기하는 분들이 많아서요. 기다리다가 지칠 거 같아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A.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가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니까 아파트 경비를 하고 싶지만 그것도 안될 것 같고, 제가 이미 면허증을 반납해 버려서 택시도 못해요. 구청에 노인네들 일자리도 보통 밀려있는 게 아니에요. 올해 6월, 12월 두 번 신청받는다는데 이번 6월에 다시 한번 신청해 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이 폐지라도 주우러 다녀야죠.
Q. 구두 부스를 운영하시면서 세운 철칙과 소신이 있다면?
A. 친절하게 응대하자. 이상한 손님이 좀 많은데 손님에게 화내지 말고 서비스를 잘하자. 78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가급적 돈을 받지 말자. 그런데 노인분들이 더 주고 가세요. 제가 예전에 어르신들 오시면 밥도 사드리고 했어요. 주위에서는 제가 한 일들을 다 알아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청에 좋은 일하는 사람으로 표창장 주라고 저를 추천한 적도 있고요. 구청 여직원이 다 조건이 되는데 제가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해서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죠.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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