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식 구조조정 명암] “알고리즘 설명요구권·협상권 보장해야”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1 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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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배달노동자 늘리는 데만 혈안”
“한정된 일감 배분 기준·배달료 산정 기준 등 투명해야”

“알고리즘 설명요구권과 협상권을 보장해야 한다 알고리즘을 취업규칙으로 보고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플랫폼희망찾기·공공운수노조·정의당 이은주 의원·노회찬재단이 지난 11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플랫폼 알고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캡처

박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의 알고리즘 검증실험 아이디어는 배달노동자들과 박수민 연구원과의 수다에서 시작됐다”며 “조합원들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검증방식을 쏟아냈고, 이후 알고리즘 검증은 라이더유니온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임금, 일감,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알고리즘은 당연히 노동자에게 공유돼야 하고, 불리하게 바뀌지 못하도록 규제받아야 한다”며 “지난해 단 11명이 진행했던 알고리즘 검증은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알고리즘이 현실에서 어떻게 노동을 통제하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무려 150여명의 배달노동자가 알고리즘 검증에 참여했다. 데이터 유실 등을 제외하면 13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배달노동자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한 검증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박 위원장은 “올해 검증 실험은 배달산업 호황이 끝난 시기에 배달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알고리즘이 휘두르는 플랫폼식 구조조정의 결과는 심각했다”고 했다.

그는 “시간당 수익이 코로나가 한창 유행했던 시절보다 확연히 감소했다. AI 100% 수락을 하면 거리당 배달료가 낮아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며 “그러나 일감이 줄었기 때문에 AI 배차를 거절했을 때 다음 콜이 오지 않는 위험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배달 호황기에는 거절해도 금방 다음 콜이 들어왔기 때문에 배달노동자의 거절을 막기 위한 플랫폼의 페널티 제도가 문제였다면 일감이 없을 때는 페널티제도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AI 배차 콜을 노동자가 수용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AI 배차를 선택적으로 수락·거절할 수 있는 그룹의 배달노동자들은 다음 배차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배달료, 배달 거리, 상점 등을 판단해야 하므로 업무 긴장과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래서 지난해 우리가 사용했던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며 “AI 100% 수락 그룹, AI 선택적 수락 그룹, 잔여 배차 그룹 (일반배차 그룹)이 사태를 알려주는 데 더 적합한 용어인 것 같다”고 했다.

◇ “정부, 최저소득 보장 위한 제도적 설계 모색해야”

그는 “AI 배차를 거절하는 걸 자율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우리가 모든 주문을 볼 수 있고, 그중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AI가 제안하는 단 하나의 콜을 수락할지 말지만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다음 일감이 배차는 될지, 어떤 일감이 배차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을 자율이라 부를 수는 없다. AI 배차보다 일감 배달료가 차별적인 일반배차 모드도 ‘일반’이라는 이름을 부르기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경우 피크시간에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는 “피크시간에 일감이 늘어나고 배달료가 상승하는 것보다 앱에 접속 인원이 늘어나서 소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장은 “배달 앱들은 배달료 지출이 늘었다고 주장하는데 접속 인원이 늘어나면 개별 배달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개별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개별 배달노동자들의 소득보장은 알고리즘 설계와 목푯값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플랫폼은 그저 배달노동자들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고 라이더가 필요 없을 때는 알고리즘이 배달료를 낮춰버리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는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산업 후퇴기에 알고리즘 공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정된 일감을 배분하는 기준, 앱에 접속한 라이더의 숫자와 주문량, 배달료 산정 기준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배달노동자들이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플랫폼 기업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배달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해서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알고리즘 검증을 함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더는 라이더유니온만 알고리즘 검증을 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최저소득 보장을 위한 제도적 설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 설명 요구권과 협상권도 보장할 것으로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알고리즘을 취업규칙으로 보고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며 “우리의 실험과 아이디어는 새로운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호 기자 jli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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