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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치킨집과 삼계탕집을 함께 병행해 온 김권태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제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차별화된 맛으로 만들어서 싼 가격에 많이 팔자는 각오로 시작했어요.”
20년간 치킨집과 삼계탕집을 함께 병행해 온 김권태(45) 사장은 서울 광진구 구의1동 먹자골목에서 2년째 치킨을 판매해 왔다.
자신이 좀 더 고생해서라도 치킨을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더 많이 팔자는 각오로 자영업을 시작했다는 김 사장은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나만의 레시피로 맛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꼽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치킨 제품은 특히 겨울에 판매가 저조하다며 코로나19 이후부터 현재 불안정한 물가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가게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라서 큰 도움이 안 된다며 가게 월세 지원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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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치킨집과 삼계탕집을 함께 병행해 온 김권태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다음은 김권태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어떤 계기로 치킨 장사를 시작했나요?
A. 저는 개인 메이커니까 가맹비나 프랜차이즈의 대기업의 횡포 이런 게 없잖아요. 가격을 내 마음대로 측정할 수 있으니까 남들이 1만 5000원에 팔때 저는 제가 조금 더 고생해서 1만 3000원에 팔고 더 많이 팔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조금 더 특이하게 차별화된 맛을 내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치킨을) 정말 싸게 많이 팔았죠.
Q. 코로나가 잠잠해졌는데 요즘은 장사가 좀 어떤가요?
A. 원래 (치킨 판매가) 1, 2, 3월은 힘들어요. 신학기 지나간 이후까지 날이 좀 풀리면 사람들이 저녁 먹고 운동 삼아 나오는데 추운 계절은 어쩔 수가 없나 봐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이 거리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A. 물가 불안정이죠. 그만큼 원재료 값이 덜 나가야 하는데 계속 물가가 오르기만 하니까 그게 가장 큰 문제에요. 그런데 원래는 닭고기 가격이 여름에 오르는 게 정상이에요. 대신 가을에 (가격이) 좀 떨어져야 되는데 이번에는 한 번 급격하게 두 배로 확 올랐다가 안 떨어지니까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우리도 알바를 계속 썼었는데 직원에게 하루에 한 7~8만 원씩 나가니까 그것도 한 달이면 어마어마하겠죠. 지금은 하루 벌어 하루 먹어요.
Q. 코로나19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A. 큰 차이는 없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저녁에 퇴근 시간 되면 사람들이 조금씩 줄도 섰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물가는 (최근) 1년 사이에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원재료 값이 40% 정도 인상됐죠. 그게 제일 힘들어요. 쉽게 말하면 식용유 한 통에 3만~4만 원대 하던 게 지금은 6만 원대이니까 40% 정도 올랐어요. 닭고기도 (도매가가) 2700~2800원 하던 게 지금은 4000원이 돼서 오를 때는 잘 오르고 내릴 때는 조금씩 50원~100원 내리거나 내리지도 않고요. 그래서 우리도 나름대로 기존에 거래하던 거래처들과 의리 있게 가는 편인데 저쪽에서 200원~300원이라도 싸게 해 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계속 이렇게 돌고 도는 그런 입장이에요. 닭강정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1kg에 3000원 선이었거든요. 지금은 6000원 선이에요. 그러니까 사실 팔아도 크게 남는 게 없어요. 가격은 올랐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소비도 많이 위축이 됐고요. 처음에 우리가 소자가 2900원이었는데 지금 3000원을 올려서 5900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안 팔면 안 돼요. 그러면 매출도 전반적으로 좀 올라야 되는데 차라리 그때가(가격 인상 전) 더 나아요. 싸게 팔아도 제가 가져가는 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었죠. 원재료비가 보통 작년 초만 해도 순수 재료비가 700~800만원 정도 됐는데 지금은 1100~1200만원 정도 되니까 500만 원이 그냥 공중분해 되는 거예요. 매출은 비슷한데 그렇게 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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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치킨집과 삼계탕집을 함께 병행해 온 김권태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Q. 코로나19 이후로 배달이 많이 늘었는데 배달 주문도 받나요?
A. 하기는 하죠. 그런데 배달비가 지금 이 동네에서 100m만 가도 5000원을 받아요. 4400원에 카드 수수료를 합치면 5000원 정도 돼요. 그리고 배민원(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 같은 경우에는 한 건수에 8800원이 나가요. 그러니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이 금액에서 배달비 빼면 마이너스죠. 그것을 이 동네 사람들이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직접) 와서 방문 포장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서 제가 배달은 크게 신경을 안 쓰거든요. 사실 (배달) 안 하는 게 나아요.
Q.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서 각종 정책과 자금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셨나요?
A. 큰 도움은 안 되고요. 어차피 빚인데 굳이 받아야 될 필요가 있나요? 결국은 갚아야 되는 돈이잖아요. 차라리 안 받고 제가 힘닿는 선에서 해결을 하는 게 낫지.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쉽게 얘기하면 (오후) 10시~11시 (영업시간제한) 정책을 시행한 여파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밤 10시~11시만 되면 집에 들어가야 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해제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동네 자체가 원래 그렇지 않았거든요. (코로나 이전에는) 새벽 2시 ~3시까지 나와서 돌아다니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밤) 11시만 넘으면 사람이 아예 뚝 끊겨버려요. 현재는 먹자골목인 이 라인에서 80%가 가게를 다 내놓은 상태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게 이 (가게) 집주인만 좋은 일 시키는 거지 현재로서는 그래요. 월세도 엄청 비싸고 정부에 바라는 건 월세 지원이나 좀 해 주면 좋겠어요. 월세가 한두 푼도 아니고 이 라인들이 (월세가) 거의 200~250만원, 좀 비싼 데는 500만원 가까이도 나가니까요. 물론 유동인구가 있기 때문에 문만 열면 사실상 손님은 어느 정도 들어오기는 들어와요. 그래서 (월세가 비싼 게)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여기는 다 재개발 라인이라서 어디 하나 (가게 시작하는) 것도 사람들이 좀 겁을 내요. 우리 가게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신축이니까 조금 나은데 그만큼 월세가 비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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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치킨집과 삼계탕집을 함께 병행해 온 김권태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Q. 가게를 운영하면서 세운 소신이나 철칙이 있나요?
A.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서 파는 게 (철칙이죠,) 내가 못 먹을 음식은 팔면 안 되겠죠.
Q. 이 가게에 대해 소개한다면?
A. 한 번만 먹어보면 돼요. 그러면 무조건 다시 와요. 싸고 맛있어요. 왜냐하면 저희는 이 재료들이 들어오는 게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모든 게 다 들어오는 게 아니고요. 제가 연구를 해서 파우더, 닭고기, 소스류 각각 다른 곳에서 들어오게끔 종합을 다 해놨어요. 하다 못해 포장 박스도 얇은 것은 배달하다가 찢어지고 막 심하게 들면 찢어지기 때문에 그런 거 하나하나까지 다 신경 써요. 음식 들어가기 전에 제가 직접 일일이 닭 손질도 세세하게 해요. 손질 안 하면 닭이 일부분만 익고 나머지는 안 익어요. 이 기름들을 작업(제거) 안 하면 닭가슴살이 안 익어요. 닭 안에 있는 피도 다 빼야 되고요. 이런 걸 안 하면 퍽퍽하기만 하고 닭이 부드럽지 못해요. 저는 닭 튀기는 게 남들과 방법이 좀 달라요. 사람들은 물 파우더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가루 파우더를 하거든요. 그러면 튀김옷이 (비대해져요.) 그러면 치킨을 크게 만들 수는 있지만 맛이 없어요. 치킨 튀기는 온도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닭이 작으니까 너무 고온에서 튀기면 빨리 익어서 (그렇게) 하면 좋은데 가끔 살 많은 것들은 시간을 맞춰도 안 익어요. 이것도 은근히 연구를 많이 해야 해요. 그리고 식용유도 마찬가지로 남들 4일~5일씩 쓰거나 심한 곳은 10일도 쓰는데 저희는 이틀 쓰면 버립니다.
Q. 기름을 이틀에 한 번씩 교체할 정도면 요즘 기름값 부담이 크시겠네요.
A. 네. 그렇죠. 하루에 1000만원 정도는 그냥 버리는 거예요. 일주일에 10톤 가까이 나오니까 기름 장수가 구의동 내에서는 우리 집을 제일 좋아하죠.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폐유를 재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식용유는 자기네가 우리한테 줘봐야 500원~700원인데 폐유는 그래도 다시 재정제해서 바이오 디젤을 만들거든요. 그쪽에서 판매를 하니까 폐유가 많이 나오는 집을 좋아하죠. (우리 가게가) 예전에 한창 바쁠 때는 튀김기가 여기에 3개 있었거든요. 코로나 시작하고 나서 지금 튀김기 2개가 없어진 거예요.
Q. 작업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A. 어쩔 수 없죠. 제가 좀 더 일찍 나와서 늦게까지 하는 수밖에 없어요. 수입산이 있기는 있는데 잡내가 엄청나거든요. 국내산 한 마리에 3000원~3500원 정도 하던 게 지금은 4500원 돼버리니까 (많이 부담되죠.)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오는데 이렇게 튀김옷 자체가 굉장히 얇으니까 (그분들이) 치킨을 먹고 나서 느끼하다거나 배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해요.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우리 가게 음식은 특히 애들이 좋아해요. 닭강정 하나 먹어도 9900원~1만 원이 안 되니까 (아이들이) 큰 부담 없이 올 수 있게끔 (하죠.) 그래서 한 번만 오면 되는데 사람들이 의심이 많아서 (처음 오게 하는 게) 매우 어려워요. 손님들이 모두 다 하는 얘기가 ‘이 집 되게 맛있는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말해요. 이 동네가 3년 정도만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장사가 잘 돼요. 그게 힘들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A. 업종을 변경하려고요. 그동안 닭을 너무 오래 해서 지겹기도 하고 시간제한도 다 풀리고 했으니까 이제는 저도 다시 조그마하게 집사람하고 둘이 할 수 있는 고깃집을 (시작해 볼 생각이에요.). 이런저런 걸 다 해봤지만 사실 돼지고기, 소고기도 많이 올랐어요. 1kg에 2만원 하던 게 지금은 1kg에 5만원~6만원씩 하니까 도매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어요. 그래도 단가가 있으니까 그만큼 올라도 크게 지장은 없거든요. 그런데 닭은 사실상 덩어리가 작다 보니까 이것을 한 마리 통째로 팔아야 되는데 그게 안 돼요. 강정 같은 경우에는 조금씩 소분이 가능하지만 닭 한 마리는 이게 안 돼서 너무 어려워요. 치킨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 구의1동 먹자골목 전체에서 10집 이상 되던 게 지금은 3개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니까 못 버티는 거예요.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겨우 버티는 거죠.
소상공인포커스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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