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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_freepik |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침수 피해는 수천 건에 이르고 이로 인한 이재민도 수천 세대에 이르고 있다. 아직 제대로된 복구도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큰 비가 예고되어 있어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고물가, 각종 비용 상승에 다중고를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수해는 청천벼락 같은 일이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비 피해를 받고 5일간 영업도 못한 상황이다. 관리실에서 접수한 보험에선 자연재해로 보상받기 힘들다고 해 막막한 상황이다.”, “이번 재난으로 바닥청소까지 해도 바닥이 다시 물바다가 된다. 결국 폐업 결정했고 건물주는 아무 것도 못해준다고 해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등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에 대출까지 내서 매장을 재오픈 한 이, 새로운 출발로 창업을 시작하는 이... 수(水)마가 휩쓸고 간 현장의 피해는 코로나처럼 버티면 될 문제가 아니기에 모든 것이 끝난 듯 희망마저 사라졌다. 복구는 고사하고 자연재해와 같은 피해에 제대로 보험조차 들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폭우 피해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서울 마포구청장이 “찌개에 전 꿀맛^^”이라는 멘트와 함께 폭우의 심각성을 망각한 듯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진을 올린 것. 비난이 쇄도하자 이내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악의성 댓글 운운하며 법적 대응을 언급해 그 진정성에 대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비단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수해현장을 방문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제 경솔한 말로 상처를 받고 분노를 느꼈을 국민께 평생 반성하고 속죄할 것”이라 밝혔지만 국민들의 상처와 분노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현장, 그 사건에 묻혀 채 알려지지 않았던 현장상황이 전파를 타자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패닉에 빠졌다. 동작구 사당2동 수해현장 봉사활동에 나선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서울, 경기 의원들이 웃고 떠들며 현장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등의 진정성 없는 모습과 의원들 차량으로 인해 수해 복구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이었다.
어려움을 당한 국민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 1이라도 있었다면 그러한 망언과 복구방해는 없었을 것이며, 설혹 장난처럼 주고받은 말이라 할지라도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국민들이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고, 쑥대밭이 된 생활터전에서 그러한 망언과 행동을 일삼고,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구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의 의사를 대리하고 공익을 지향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첫 번째로 살펴야 할 것은 바로 그들을 선출해 준 이들의 ‘민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바로 ‘공감’ 능력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 절망, 분노 등을 다 공감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구분해 행동하는 사리분별 쯤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것 아닌가. 사진 한 장 잘 찍어 보여주기식 하는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의 아픔을 살피고 입장을 헤아려 신속한 대책과 지원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 아닌가 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라는 말은 어린아이들도 쓰는 표현이다. 누군가는 목숨을, 전재산을, 희망을, 가족을 송두리째 잃었다. 그 모든 비극의 대상이 자신들이었다면 과연 그들은 재난을 그토록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을까. 수해 속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가슴 아픈 장소를 ‘누추한 곳’이라 함부로 칭할 수 있었을까.
폭우 때마다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수해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재난 복구도 안 된 상황에서 행여나 또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피해주민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정부는 국민이 받은 피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고 복구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며, 정치인들은 ‘수해’라는 국민적 불행을 정쟁화만 할 것이 아니라 무너진 국민의 생활터전을 재건하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가연 기자 ngy90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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