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헬스장 사장에서 카페 사장으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골목의 지하로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샹들리에가 드리운 서재, 벽난로 옆 빔프로젝터, 정장 마네킹이 서 있는 바. 이곳이 바로 맨홀커피다. 이 독특한 공간을 만든 사람은 최경훈(44) 대표다.
Q. 카페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체육과를 나와 헬스장을 10년 이상 운영했어요. 결혼 후 헬스장을 접고 4년 정도 육아에 집중했다가 3년 전쯤 다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좀 특이한데요, 주변에서 "카페는 95%가 망한다"는 말이 저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내가 해도 망할까?' 하는 실험 정신이 생겼달까요. 게다가 제가 선정한 카페 위치가 아파트 주변 도로변 지하였는데, 다들 "무조건 망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저를 더 흥분시켰어요.
헬스장 10년 경력에서 체득한 집념과 도전 정신이 카페 창업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다 망한다고 했으니 여기서 성공해보자"는 역발상이 맨홀커피의 출발점이었다.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오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컨셉이에요. 밖이 현실이라면 카페 안은 이상의 세계죠. 그 매개체가 맨홀 뚜껑입니다.
— 맨홀커피 최경훈 대표
② 상호의 탄생 — 현실과 이상 사이의 맨홀
Q. 상호를 '맨홀커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창업 준비 중 '현실과 이상 사이'라는 컨셉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어요. "밖에 나가면 현실이고, 카페에 들어오면 다른 세계"라는 거죠. 상호를 고민하며 집과 카페를 오갈 때마다 길가에 맨홀 뚜껑이 계속 눈에 들어왔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카페가 지하이기도 하고,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가 딱 맞아떨어졌거든요.
③ 영국 감성 인테리어와 시그니처 메뉴
Q. 왜 영국 컨셉을 선택했나요?
처음부터 빔프로젝터, 책, 정장 마네킹이 있는 카페를 생각했어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컨셉이 18~19세기 영국 감성이었습니다. 흑백TV, 바는 부엌, 샹들리에 아래는 식사 공간, 벽난로와 서재로 영국 가정집을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완성했어요. 아늑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공간에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Q. 시그니처 메뉴는 무엇인가요?
아인슈페너, 에스프레소, 드립이 시그니처입니다. 아인슈페너는 블랙(아메리카노), 화이트(라떼), 라이트(살구써 시럽), 나이트(살구써 시럽+술) 4가지로 세분화했어요. 에스프레소도 3가지로 나눴고, 원두는 블렌딩 없이 싱글 오리진만 씁니다. 애착 메뉴는 '아마레또 라떼'로, 살구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라떼입니다.
☕ 맨홀커피 시그니처 메뉴
아인슈페너 4종 (블랙·화이트·라이트·나이트) | 에스프레소 3종 | 드립커피 | 아마레또 라떼 | 싱글 오리진 원두 | 수제 디저트
④ 드라마·영화·CF 촬영 40회 이상
Q.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요?
저희 카페에서 영화, 드라마, CF 등 촬영을 40회 이상 진행했습니다. 방송국에서도 "최고의 인테리어"라고 극찬하며 촬영 장소로 자주 찾아주셔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감사합니다.
지하 카페, 망할 위치라는 편견을 뛳고 맨홀커피는 방송 촬영 명소가 됐다. 독특한 공간 컨셉이 오히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제작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공간, 분위기, 커피 —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망한다"는 최 대표의 철칙이 현실이 됐다.
⑤ 앞으로의 계획 — 당산동 맨홀 카페 거리
Q. 앞으로의 계획은요?
현재 2호점 '맨홀커피 웨스턴'이 있습니다. 미국 서부 시대를 컨셉으로 지하부터 1층·2층·루프탑까지 갖춘 카페예요. 1호점에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제 목표는 당산에 5개 이상의 각기 다른 나라 컨셉 카페를 만들어 '맨홀 카페 거리'를 조성하는 거예요. 손님들이 한 거리에서 세계 여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망할 것"이라 했던 지하 카페는 이제 당산동의 랜드마크가 됐다. 최경훈 대표는 영국에 이어 미국 서부까지, 세계 각국의 감성을 담은 카페 거리를 꿈꾼다. 맨홀 뚜껑 하나를 열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맨홀 카페 거리,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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