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점포 창업人] 25년 포차 사장님 이영재 “근근이 벌금 내면서 버텨왔는데 6월말까지 철거해야 할 처지”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9 14: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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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계형 서민들 일자리 단속 자제했으면...도로점유세와 과태료 내면서 버티고 있어” 토로
-“손님들이 저희 음식이 맛있다면서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아올 때 보람”
▲무점포로 포장마차를 25년째 운영 중인 이영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음식 맛도 포차 홍보도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 다 손님들 덕분이에요.”

이영재 사장(66)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인근에서 25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프거나 피곤해도 주 6일 내내 빠지지 않고 운영하고자 애쓴다는 이영재 사장은 오늘도 힘차게 포차 오픈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첫 자영업이라는 이 사장은 생계를 위해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지금까지 이 일을 해왔는데 정부의 단속에 고심이 많다며 문을 닫으면 당장 먹고살 길이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무점포라도 공짜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도로점유세와 과태료를 내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음식 맛이 나오기까지 손님들의 많은 조언 덕분이라며,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잔치국수를 대접하는 등 넉넉한 인심을 선보였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먹어보니 집에서 만든 김치만큼 조미료 맛도 거의 없어 직접 담근 김치인지 묻자, 고추장은 직접 만드는 반면에 김치는 담그지는 않는 대신 적당한 숙성을 위해 보관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또,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잔치국수의 육수는 누구나 좋아할 만큼 각종 재료들을 아낌없이 다양하게 넣는다고 소개했다. 이날 기자가 먹은 잔치국수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음에도 맛이 좋았고 소화가 꽤 잘 됐다.
 

무점포로 포장마차를 25년째 운영 중인 이영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다음은 이영재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자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98년 4월부터 했어요. 이게 첫 자영업이에요.

Q. 처음부터 무점포로 장사를 시작하셨나요?
A. 저희가 형편이 어려우니까 시작하게 됐죠. 가게를 얻을 돈도 없으니까 처음에 시작하면서 가스통도 뺏기고 포장마차도 뺏기는 등 많이 뺏기면서 했죠. 옛날에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제가 집에서 미싱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밖으로 나와서 조그맣게 토스트를 팔면서 조금씩 발전한 거죠.

Q. 의류업으로 계속 종사했어도 좋았을 텐데요. 업종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군요?
A. 저는 옷 같은 건 주문받고 수고비 받으면서 집에서 만들었어요. 오버로크 등 미싱 일을 했었는데 집에서 하니까 집안 식구들이 다 먼지를 먹어서 안 좋더라고요. 기관지가 다 안 좋아져서 관뒀죠. 그리고 집보다는 밖에 나와서 일하는 게 훨씬 나은데 그 대신 제가 애들을 돌보지 못해서 미안함이 커요. 저희 집 애들이 중고등학생 때 밤새도록 컴퓨터를 하느라 잠을 안 자니까 아침에 안 일어나잖아요. 그러면 제가 학교 앞까지 애들을 태워다 주면서 살아왔죠. 그 당시에 저희 애들이 공부를 안 하니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공부를 끝까지 못 시켰어요. 결국 대학을 못 갔죠.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Q. 매장 없이 장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A. 매일 무허가라고 무시하고 단속하는 게 단점이고요. 장점은 매달 점포세를 안 내도 되니까 그게 장점이죠. 과태료가 나올 때는 나오더라도 매달 점포세는 안 내죠.

Q. 가게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세운 소신과 철칙이 있다면? 
A. 이 일을 하다 보면 피곤하니까 들어가서 잠자고 나오기도 바쁘지만 될 수 있으면 안 빠지려고 하죠. 사람들과 약속한 대로 쉬는 일요일만 제외하고 항상 오후 3시 반부터 새벽 2시까지 성실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직원 고용을 따로 안 하고 가족과 함께 운영해 왔나요? 
A. 아뇨. 옛날에 15년 전쯤에는 이 포차가 지금보다 넓어서 직원을 뒀죠. 그 당시에는 직원과 함께 가족까지 모두 힘을 보탰어요. 그런데 자꾸 단속해서 현재 이만큼 줄어든 거예요. 그러면서 가족만 옆에서 돕고 있어요.
 

무점포로 포장마차를 25년째 운영 중인 이영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Q. 지금의 음식 맛이 나오기 전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같은데요? 
A. 그건 저 혼자만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손님들의 여러 가지 조언들 덕분에 만들어진 결과예요. 가령 이걸 넣으면 더 맛있겠다, 어떻게 해주니까 맛있다 등 말씀들을 토대로 다 맛이 완성된 거죠.

Q. 손님들은 주로 어떤 메뉴를 찾나요?
A. 안주 종류를 많이 찾고, 젊은 애들은 분식을 많이 찾아요.

Q. 이 일을 통해서 좋은 기억이 있다면? 
A. 손님들이 저희 음식이 맛있다면서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아올 때마다 감사하죠. 그래서 저희 포차는 홍보가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서 찾는 손님도 많아요.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코로나19 당시와 지금 상황을 비교한다면?
A. 코로나 때문에 영업을 밤 9시까지 끝내라고 해서 밤 8시부터 구청 직원들이 나와서 영업을 끝내라고 말하면서 다녔어요. 영업시간제한 풀리면서 손님이 조금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코로나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주 문화가 바뀌어서 조금 늦은 밤이면 손님이 없는 편이에요. 경제가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거기에다가 우리 포차는 올해 6월 말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공문이 2번이나 왔어요.

Q. 그전에도 공문을 받은 적이 있나요? 
A. 그동안에도 종종 단속은 했죠. 단속은 했는데 이번엔 자진 철거 안 하면 강제철거하겠다고 공문이 왔어요.

Q. 그동안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어떻게 헤쳐나가셨나요? 
A. 신고 들어올 때마다 구청에서 단속 나와서 저희에게 (평수를) 줄이라고 요구하거나 경고장을 붙이는 등 별 거 다 했죠. 그리고 줄였는데 말 안 듣는다고 벌금을 150만 원씩 더 내라고 해서 지금까지 150만 원 안 냈더니 170만 원 내래요. 근근이 버티다가 형편이 되는대로 벌금이라도 내면서 이 자리를 지켜왔어요.

Q.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제가 지금까지 해 먹고 살아온 게 이거밖에 없는데, 제 나이가 이제 칠십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어디 가서 남의 집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 앞이 캄캄하죠. 고령화 사회 추세에 연세 좀 있는 분들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힘들게 일자리 창출하려 애쓰지 말고, 하고 있는 무점포라도 계속하게 놔두면 좋겠어요. 무점포도 계속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먹고살게는 해줘야죠. 무조건 싹 없애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여기는 아파트와 별로 상관이 없는 아파트 밖인데도 자꾸 이 주변 아파트에서도 민원을 넣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6월말까지 철거하라고 공문이 와서 만약 6월말까지 철거 안 하면 강제 철거해서 철거 비용을 물리겠다고 그렇게 온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더러 사인하라고 요구해서 사인은 안 했거든요. 사인을 하는 게 자진 철거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 사인 안 했더니 두 번 세 번 찾아왔어요.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강제로 사인을 하라고 하냐고 항의하고 사인은 안 했어요. 그런데 딴 사람들은 다 사인해줬어요. 와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이거 서류받았다는 확인이니까 사인을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딴 사람이 와서 자진 철거하겠다고 사인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나올 거란 말이죠. 그래서 우리 사인을 안 해줬거든요. 여기 주변 다 사인해줬어요. 그래서 6월말 되면 또 걱정이에요. 어느 나라건 노점상이 없는 데가 없잖아요. 노점상도 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건데 무슨 큰 범죄나 지은 것처럼 매번 올 때마다 죄인 취급이에요.


Q.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어 부담이 많이 되시겠어요?
A. 네. 많이 올랐어요. 저희 물건값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부터 밀가루 값 오르면서 덩달아서 계속 조금씩 올랐는데 그래도 팔면 좀 남으니까 넉넉히 주는 편이에요. 식용유가 많이 올랐고 떡도 가루를 수입해야 되니까 떡값이 많이 올랐죠. 사실상 모든 게 다 올랐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저희는 안주값을 1000원씩 올렸어요. 술값은 안 올리고 유지하고 있지만요. 아무튼 손님들도 이해해 주시니까 가격이 올랐다는 점 때문에 줄어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Q.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A. 제가 좀 아프지 않고 이 포차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Q. 창업을 무점포를 포함해서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글쎄요. 이거 운영하기가 엄청 어려워요. 왜냐하면 일하는 것도 어렵지만, 특히 구청 문제 때문에 그래요. 처음에 이거 차릴 때 구청에서 금방 나와요. 20년 넘게 운영하는 이 포차도 철거하겠다고 난리인데 오죽하겠어요. 무점포 쪽은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아요. 돈이 있으면 저도 점포를 얻어서 하고 싶어요. 너무 괄시를 받아와서 속상해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매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희가 길바닥에서 장사한다고 세금을 하나도 안 내고 장사하는 줄 아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가 도로를 점유했으니까 도로점유세랑 과태료를 내면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런 거 다 내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공짜로 장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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