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석] 자영업자 대출 잔액 역대 최고… 연체율 상승에 금융 안전망 시급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4-24 16: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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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잔액 1,070조 원 돌파, 전년 대비 6.8% 증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87%… 2년 연속 상승세, 2019년 이후 최고
다중채무자 비율 42.3%…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 실태
금융당국 "선제적 연착륙 유도"… 채무조정·금리 인하 검토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다중 대출 서류에 둘러싸여 재무 상황을 점검하는 자영업자. (사진 = 챗GPT)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7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4월 발표한 '2025년 1분기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072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03조8,000억 원) 대비 6.8%(68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1억9,430만 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권별로는 은행 대출이 642조 원(59.9%), 비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 등) 대출이 430조 원(40.1%)을 차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연체율 1.87%… 2년 연속 상승, 금융 리스크 경고등

더 우려되는 지표는 연체율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025년 3월 말 1.87%로, 전년(1.52%) 대비 0.35%포인트 상승했다. 2년 연속 상승세이며, 2019년(1.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 연체율은 숙박·음식업(2.74%)이 가장 높고, 도·소매업(2.31%), 부동산업(1.89%), 제조업(1.42%) 순이다. 숙박·음식업 연체율은 전년 대비 0.62%포인트 상승해 상승폭이 가장 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연체율이 2%를 넘으면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 추세가 이어지면 하반기 2%대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 모 씨(56)는 "은행 대출 이자만 월 180만 원인데, 매출이 줄어 3개월째 이자를 제때 못 내고 있다"며 "연체가 쌓이면 금리가 더 올라 악순환에 빠진다"고 호소했다.

◇ 다중채무자 42.3%…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의 민낯

자영업자의 '빚 의존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다중채무자 비율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다중채무자) 비율은 42.3%에 달한다. 5개 이상 기관 대출자도 12.7%나 된다. 이들의 평균 대출 잔액은 2억8,700만 원으로, 전체 평균(1억9,430만 원)의 1.48배에 이른다.


다중채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사업 운영자금 부족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61.3%), 기존 대출의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22.8%)도 적지 않다. 생활비 보전을 위한 가계 대출(15.9%)도 상당하다.


인천 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49)는 "은행 대출 1건, 신용보증기금 대출 1건, 캐피탈 대출 2건, 카드론 1건으로 총 5곳에서 빌렸다. 매달 원리금이 350만 원인데 순이익이 200만 원밖에 안 된다"며 "매달 적자인데 대출을 갚으려고 또 빚을 내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자영업자 채무조정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은행 창구. (사진 = 챗GPT)


◇ 금융당국, 선제적 연착륙 방안 마련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부채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연착륙'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월 중 '자영업자 금융 부담 완화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며, 주요 검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영업자 대출 금리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금리를 현행 평균 5.2%에서 4.5% 이하로 낮추고,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의 은행권 전환을 촉진하는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또한 연체 초기 단계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연체가 본격화되기 전에 상환 기간 연장, 금리 인하, 원금 감면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적용한다. 기존에는 90일 이상 연체 후에야 채무조정이 가능했으나, 30일 연체 시점부터 조정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출 방침이다.

◇ "자영업자 부채 문제, 경제 전체의 뇌관… 시스템적 대응 필요"

경제학자들은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한국 경제의 잠재적 뇌관으로 경고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 모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 1,070조 원은 GDP 대비 약 47%에 해당하며,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 담보대출과 연결되어 있어 부동산 시장 하락과 동시에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금융 문제이자 사회 문제이며 경제 전체의 구조적 과제"라며 "개별 자영업자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금융·산업·복지 정책이 통합된 시스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70조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550만 자영업자와 그 가족의 삶이 걸린 무게다. 대출이 생존의 수단에서 파멸의 원인으로 변하지 않도록, 금융 안전망의 촘촘한 설계와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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