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60년 교복 판매 이박남 사장 “유명 브랜드만 선호하는 고정관념 버려야”

김진우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6 15: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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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브랜드 교복, 같은 하청 공장에서 생산하는 구조로 품질 똑같아...상호명보다는 큐마크 유무로 품질 판단해야”
▲60년 가까이 교복 만드는 일에  종사해온 이박남 사장.(사진=김진우 기자)


교복 관련 일을 60년 동안 종사해 온 이박남(72) 사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소재한 교복 판매점(교복왕)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나고 자란 이박남 사장은 생계를 위해서 14살부터 옷 공장에 취직하면서 옷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고, 이후에 교복 업종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비자 만족도 4년 연속수상에 빛나는 이박남 사장은 학생들을 위해 믿을 수 있는 교복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무기한으로 공짜로 AS 해드린다며 교복을 대물림받은 뒤에도 자기 몸에 맞게 고쳐달라고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그 경우에도 수선해 드린다고 부연했다.

그는 상호명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영세업자들이 허구한 날 전쟁을 치른다며 상호명과 상관없이 낙찰된 모든 교복이 같은 하청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옷의 종류마다 하청 공장들이 분리된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단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승인을 얻어야 큐(Q)마크를 획득할 수 있는데 큐마크가 없으면 입찰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상호명보다는 큐마크의 유무로 품질을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만약 소비자의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입찰하기 쉽거나 좀 더 유익하겠다 싶은 브랜드로 상호를 계속 바꿔줘야 한다며 교복 업종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뇌종양을 앓았던 적이 있는 딸을 위해 가업을 물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시 태어난다면 같은 일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한평생 교복에만 올인하면서 살았는데도 현재 이 정도밖에 안 되니까 더 이상 미련 없다며 그동안 못 누렸던 취미 생활이나 실컷 즐기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60년 가까이 교복 만드는 일에  종사해온 이박남 사장.(사진=김진우 기자)

<다음은 이박남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자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일 한지는 한 60년 됐어요.

Q.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그냥 제가 배워서 일한 거예요. 생계를 위해서 공장에 가서 옷을 만드는 걸 다 배워서 시작했거든요. 그 당시에 교복으로 바로 시작한 건 아니고, 옷 공장에 취직했었어요. 그 후에 지금까지 한평생 교복 한 가지로만 장사해 왔어요.

Q. 이 매장을 운영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여기서는 건물이 처음 지어질때 이 매장을 분양받았어요. 이 건물을 지은 지는 30년 넘었고요. 아무튼 여기랑 성남을 같이 운영했었는데 이게 관리가 안 되니까 도둑놈이 더 많은 거예요. 훔쳐가는 놈이 더 많아서 수입이 다 뺏겼었죠. 그래서 여기를 접고 성남만 운영하다가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이 재개발을 하는 바람에 여기로 다시 들어온 거죠.

Q. AS를 직접하시나요?
A. 물론이죠. 제가 수선할 줄 아니까 우리 집에서 구입한 옷이면 무기한으로 언제라도 공짜로 다 AS 해줘요. 교복을 대물린 뒤에도 가져오는걸요. 교복 물려받은 사람이 자기 몸에 맞게 고쳐달라고 오기도 해요. 맞춤 수선은 아무나 못 해요.

Q. 사업을 시작할때 세운 철칙 같은게 있다면?

A. 우리는 손님들에게 서비스 잘해주고 손님이 탈 없이 잘 가져가면 되는 거죠. 다른 거 없어요. 서비스만 잘해주면 돼요. 제가 말하는 서비스는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딱딱해주고 약속만 잘 지키면 되는 거죠.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10번, 100번 잘해주다가 한 번만 안 맞으면 요새는 사람들이 너무 억세서 이 가게가 시끄러워지는 거예요. 약속을 딱 잘 지키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잘못해서 문제 생기면 정말 두 손 두 발 다 빌죠. 그런데 잘못한 것도 아니고 본인 욕심으로 하는 것도 우리한테 막 퍼부어대면 판매자 입장에서 그걸 다 받아야 되니까 화가 나는 거죠. 

Q. 장사를 하다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기억에 남는 고객들이 있나요? 
A. 최근에 어느 학교에서는 우리 집이 너무 잘해준다고 네이버 플레이스 코너에 ‘어니스티 교복왕’ 방문자 리뷰를 많이 달아줬거든요. 그럴 때는 힘이 나요. 좋은 댓글들이 얼마나 많던지 볼 때마다 감사하죠. 어떤 엄마들은 애들을 여러 명 학교를 보내면서 우리 집처럼 이렇게 서비스를 잘해주고 옷도 좋고 비록 상호는 생소하지만 너무 좋았다는 댓글을 남긴 걸 보면 참 기분 좋아요.

안 좋았던 일을 털어놓자면, 어느 업자가 자기네 근처 학교를 낙찰받으려고 했다가 제가 입찰할 때 가격을 낮춰서 뺏어 온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업자가 학부형들을 포섭해서 우리한테 엄청나게 공격을 한 적이 있어요. 그게 말도 못 할 만큼 참 힘들었거든요. 


Q. 이 업종도 경기의 흐름을 타는 편인가 봐요?
A. 이거는 입찰이라서 입찰을 많이 따야지 판매할 수 있고 입찰 못 따면 못 해요. 이 교복이 지금은 다 전자 입찰이에요. 그래서 입찰을 못 따면 할 것이 없고 입찰을 많이 따면 많이 하는 거고, 조금 따면 조금 하는 거고 그래요.

Q. 입찰이라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A. 아뇨. 그게 아니고 저 나라장터에 들어가서 전자 입찰을 하는 거예요. 경쟁 상대가 많아서 여러 군데 다 들어오니까 쉽지 않죠. 나는 그 학교 옷을 얼마를 써넣겠다. 그렇게 해서 거기에서 낙찰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Q. 경쟁이 만만찮겠군요?
A. 네. 엄청 힘들어요. 낙찰 따기도 힘들고 모든 게 다 힘들어요.

Q. 코로나19나 경기 침체와는 큰 관련성이 없겠군요?
A. 아니죠. 코로나 당시에 애들이 학교를 안 가니까 옷을 별로 안 사니까요. 그리고 입찰을 따야 하는데 못 땄기 때문에 여태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산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 60년 가까이 교복 만드는 일에 종사해온 이박남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 전경.(사진=김진우 기자)

Q. 오랜 경험으로 지금껏 버텨왔던 거군요?
A. 네. 제가 다른 거 할 것이 없으니까 생계를 위해서 이걸 붙들고 늘어지는 거죠. 이것저것 할 것이 있으면 다른 걸 했겠죠. 그런데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오로지 이 한 길로만 걸어왔기 때문에 잘 되거나 안 되거나 그냥 붙들고 있는 거예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입찰을 이렇게 열심히 해서 따면 지금 소비자들은 귀에 익은 브랜드만 브랜드인 줄 알아요. 사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요새는 큐마크만 있으면 다 똑같은 브랜드거든요. 품질면에서도 차이가 없죠. 공장이 특정 브랜드마다 내 공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전부 다 하청 공장이에요. 하청 공장에서 너도 나도 다 넣어서 해오는 거니까 다 똑같아요. 같은 공장에서 다 만들어서 너네도 해오고, 나도 해오고, 너도 해오고 이러는 거거든요. 단지, 재킷 만드는 공장이 따로 있고 블라우스와 스커트, 바지, 넥타이도 각각 만드는 공장이 다 따로 있어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같은 공장에서 재킷을 만들면 각 브랜드마다 마지막 과정에서 이런 안감으로 이런 라벨을 달아달라고 주문하면 그렇게 해주는 거예요. 

 

그렇게 자기 라벨만 달아가니까 브랜드랑 상관없이 다 똑같거든요. 그런데 소비자가 생각할 때는 스쿨룩스, 아이비, 에리트, 스마트 이것만 메이크인 줄 알아요. 그리고 이런 거는 다 귀에 안 익었다고 해서 별 볼 일 없는 데인 줄 알고 무시하니까 그럴 때 제일 속상하죠. 그리고 입찰을 받을 때 제일 싸게 받으면 사장은 죽겠지만 소비자들은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싸면 같은 값에 블라우스 하나라도 더 가져가거든요. 정부에서 주는 돈은 똑같은데도 인지도가 낮으면 무시당하는 게 너무 언짢더라고요.

경쟁하는 사이끼리는 누구나 힘든 건 매한가지예요. 입찰을 전자 입찰을 하니까 이 학교를 내가 따려면 경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사람들을 물리칠 수 있는 가격을 내가 넣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밑지고 할 때도 많아요. 그런 속사정을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는 거예요.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그러니까 다 똑같은 브랜드나 다름없다는 거를 강력하게 정부가 공식적으로 좀 홍보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브랜드 아닌 게 없어요. 원단서부터 모든 게 다 큐마크가 없으면 입찰을 못 들어가요. 그러니까 큐마크만 있으면 입찰 자격에 모든 것이 다 통과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고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 많죠. 영세업자들은 안 그래도 입찰 따기도 힘든데 따놓고도 납품할 때 아주 힘들어요. 얼마나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지 몰라요. 그런 점들이 너무 울화통을 치밀게 해요. 

사실 교복을 다룬 경력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더 오래된 사람은 없어요. 제가 열네 살부터 이거 배웠어요. 왜 이걸 배웠냐면 우리 집이 가난하니까 저를 학교를 안 보내고 공장으로 보냈어요.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말씀하신 게, 다른 사람은 부모를 잘 만나서 학교를 가지만 너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학교를 못 가니까 너는 기술을 배우라고 했어요. 그래서 공장에 가서 기술을 배운 거예요. 다행히 제가 남들보다 눈썰미가 좋았는지 맨날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으면서 일을 했어요. 또 그래서 돈도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더 받고 했고요. 그런데 요새 소비자들은 진짜 기술자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자기네들만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니까 불쾌하죠.

며칠 전에도 손님하고 크게 싸웠는데 듣도 보도 못한 신출내기라고 무시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기 분당 소재에 롯데백화점 아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답하길래 롯데백화점이 처음에 생겼을 때 그전에 해당 건물이 블루힐백화점인지 아냐 모르냐 물었더니 그것도 안다고 답하더라고요. 블루힐백화점일 때 우리가 엘리트 교복 거기서 제일 처음에 운영한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제가 경력이 짱짱하니까 그제야 태도가 누그러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신출내기인 줄 알고 사람을 무시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 때문에 너무 화가 나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제가 우리나라 나이로 74살이에요. 이제 우리 딸이 여기서 일 할 거예요.

Q. 가업을 물려주겠다는 말씀인가요?
A. 네. 우리 딸이 미국에서 한 7년을 살면서 공부도 많이 했고, 모든 거를 다 후회 없이 잘 키워놨는데 우리 딸도 뇌종양으로 아팠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다 보니까 이제는 여기서 이거를 물려줄 생각이에요. 우리 딸은 공부쪽으로는 많이 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없잖아요. 그런데 외국을 다녀와서 그런지 여기 손님들을 기가 막히게 잘 응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나는 뒤에서 일 봐주고 앞으로는 우리 딸이 여기서 할 거예요.

Q. 따님도 의류 관련해서 관심이 있는 편인가요?
A. 우리 딸은 엄마, 아버지가 이게 직업이니까 어릴 때 자라면서 이 장사하는 내막들을 봐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귀동냥, 눈동냥 다 하고 판교에서도 우리 딸도 교복 품목으로 거의 10년 정도 영업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또 외국 나가서 한 5년 살다가 제가 아파서 들어온 거죠.

Q. 만약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일을 다시 선택하고 싶나요? 
A. 이제 지긋지긋해서 안 배우죠. 징글징글해서 이제 돈 버는 일이라면 다른 일이라도 안 할 거예요. 저는 원래 문화생활도 안 해봐서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취미 생활도 없이 저는 오로지 교복에만 올인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니까 내 목숨을 걸고 여기에 투자한 거죠. 그런데도 지금 내 꼴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니까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고요. 다음 생에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어야죠. 지긋지긋하게 일을 많이 했으니까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상호명에 대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라는 거죠. 그래야 우리 같은 일반 영세업자들이 살아남죠. 안 그러면 허구한 날 전쟁이죠. 상호명이 생소하든 아니든 간에 만드는 과정은 다 똑같고 또 큐마크가 없으면 입찰 자체를 애초에 못 들어가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무시하면 안 되거든요. 큐마크가 없으면 무시를 당해도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큐마크가 없으면 라벨이건 무엇이건 아무것도 안 나와요. 원단이나 그밖에 모두 다 승인이 떨어져야 큐마크가 떨어지는 거거든요.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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