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갑질 문제, 교육‧절차‧문화‧시스템 등 다양한 접근 방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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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갑질은 기업뿐 만이 아니라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지역 내의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상권 특성 상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까닭에 진위여부를 떠나 눈물을 머금고 고객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미지=shutterstock) |
#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뉴스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부서진 진열대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구두들 옆에는 한 여성이 누워있었다. 심지어 이 여성은 고객 상담실까지 찾아가 백화점 서비스에 대해 항의하는 영상까지 직접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그 영상에는 해당 여성이 매장 직원에게 욕설과 비속어를 퍼붓고 백화점을 맨발로 다니며 난동을 피우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성은 신고 온 구두를 수선하는 동안 신을 새 구두를 대여해 달라고 했으나 무리한 요구에 매니저는 이를 거절했고, 그러자 이와 같이 행동한 것이라고 전해졌다. 이 소동은 경찰이 출동해 난동을 부린 여성을 연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마무리됐으며, 이후 또 다른 피해를 입었다는 업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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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뉴스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매장 직원에게 욕설과 비속어를 퍼붓고 백화점을 맨발로 다니며 난동을 피운 이 여성은 신고 온 구두를 수선하는 동안 신을 새 구두를 대여해 달라고 했으나 무리한 요구에 매니저는 이를 거절했고, 그러자 이와 같이 행동한 것이라고 전해졌다.(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갑질’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민간부문 고객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고객 갑질로 인해 기업이나 개인은 반품비용, 변호사 비용 등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고 평판이 손상되는 등 기업이나 개인에게 큰 문제점과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고객 갑질은 기업뿐 만이 아니라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지역 내의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상권 특성상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까닭에 진위여부를 떠나 눈물을 머금고 고객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혹 신고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온라인 카페나 지역 커뮤니티에 악성·허위 리뷰를 남기면 매출 감소로 직결되고, 입소문이 중요한 골목상권에서는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호소이다.
‘고객은 신이 아니다’, 고객 갑질에 광고로 대응한 버스회사
일본판 고객 갑질을 지칭하는 ‘카스하라(カスハラ)’는 고객이 서비스 제공자나 판매자 등의 업체나 개인에게 지나치게 트집잡거나 비난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카스하라’는 고객의 일본식 영문 발음인 ‘카스타마(customer, カスタマ)’와 괴롭힘을 뜻하는 ‘해러스먼트(harassment, ハラスメント)’의 앞부분을 따 합성한 단어다.
일본 역시 고객의 악질적인 불평불만에 따른 ‘카스하라’로 인해 회사나 상점의 직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과 고통이 심화되고 후차적인 피해까지 이어지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질적 이득을 추구하기보다 직원에게 소리를 치고 협박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수치심과 정신적 피해를 주는 이러한 행태는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에 가려 어떠한 피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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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객 갑질에 대응해 진상 고객을 고발하는 내용의 광고를 지역신문에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킨 버스회사가 화제가 됐다. 일본 아키타현 노시로시의 버스회사 ‘다이이치(第一) 관광버스’는 지역신문에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으로 지면광고를 실었다.(이미지=아키타현 노시로시의 지역 신문 「기타바 신보」) |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객 갑질에 대응해 진상 고객을 고발하는 내용의 광고를 지역신문에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킨 버스회사가 화제가 됐다. 일본 아키타현 노시로시의 버스회사 ‘다이이치(第一) 관광버스’는 지역신문에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으로 지면광고를 실었다.
운전사와 상담원을 포함해 총 22명의 작은 인원이 근무하는 이 회사가 광고를 실은 까닭은 고객 갑질을 버티기가 어려워서였다. 차비를 안 내고도 되레 호통만 치거나, 운전이 거칠지 않은 기사에게 운전이 거칠다는 이유로 해고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고객의 갑질로 인해 회사와 직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었다.
광고에는 “최근 몇 년간 사소한 일로 불합리한 클레임을 넣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다. 우리 회사 잘못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블랙박스로 확인해 잘못이 없음을 해명해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고객도 많다”는 설명이 내용에 실렸다.
최근 몇 년간 직원들에 대한 고객 괴롭힘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고 전한 이 회사의 사장은 광고 내에서 ‘사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과 사원은 대등한 입장이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일반 클레임이라면 오히려 고맙고 개선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싶지만, 사소한 실수를 심하게 몰아세우거나 사실무근의 불평은 그만했으면 한다. 앞으로도 사명을 다 하겠지만, 우리 생각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 광고는 SNS상에서 순식간에 12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고객 갑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전일본교통운수산업노조협의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일본 운수업 종사자 2만 명 중 46.6%가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 후생 노동성은 “이같은 카스하라를 견디다 못해 심신이 피폐해져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폭력, 폭언, 도게자(무릎을 꿇고 앉아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행위)를 강요하는 클레임, 지나친 것 아닙니까?’라는 내용의 포스터 등을 게재하며 카스하라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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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생 노동성은 “이같은 카스하라를 견디다 못해 심신이 피폐해져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폭력, 폭언, 도게자(무릎을 꿇고 앉아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행위)를 강요하는 클레임, 지나친 것 아닙니까?’라는 내용의 포스터 등을 게재하며 카스하라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이미지=일본 후생 노동성 홈페이지) |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2020년 알바생 2,27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5.5%가 근무 중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은 갑질 경험을 안겨준 대상은 ‘고객’이라는 응답이 68.6%에 달했다.
이렇게 고객 갑질 문제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서, 고객들의 도를 넘는 갑질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각 기업들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고객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한다면 단호한 어조로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신다면 저희로서는 더는 응대가 곤란하다. 응대를 종료하겠다’고 말해라”라는 내용을 고객 응대 매뉴얼에 포함했으며, 스타벅스코리아는 ‘스타벅스 파트너는 고객 앞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고객에게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대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고객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법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대화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과의 대화 과정에서 감정 분석을 통해 고객의 불만사항을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갑질 고객의 폭행이나 폭언, 위협, 성희롱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거나 자체 보안팀을 가동할 수 있지만, 점주 혼자 운영하는 등 규모가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대응 매뉴얼은 고사하고 보복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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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절차, 문화, 시스템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회사나 상점에서는 고객 상담 및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들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이미지=freepic) |
고객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절차, 문화, 시스템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갑질 고객에 대해 아무리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하고, 정해진 ‘정답’이 없는 까닭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적절한 고객 대응 스킬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나 상점에서는 고객 상담 및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들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고객들이 자주 겪는 문제나 불만사항을 파악하여 미리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고객 갑질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며, 정부 또한 고객 갑질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뒷받침해야 한다.
고객 갑질 문제는 단순히 해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이 필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갑질에 대한 예방적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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