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소개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평생 직업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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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판매 및 수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소재한 강변 테크노마트 내 노트북 수리 매장(시스컴)을 찾았을 때는 김구(50) 사장이 컴퓨터를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학 시절 화학과를 전공한 김구 사장은 전공과 무관하게 지인 소개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본업이 돼 23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당시를 떠올리며 정부의 자금 지원이 큰 도움이 됐지만, 컴퓨터 관련 업종은 구조적으로 따져보면 정부의 도움보다 개인별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컴퓨터를 수리하는 영상을 유튜브로 제작할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영상을 통해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사기 안 당하게끔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 드릴 겸 재미 삼아서 시작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기대한 만큼 자유롭지 않다면서 인건비, 인테리어 등 고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은 고정 비용에 매몰돼서 힘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업종에 바로 창업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1년 이상 아르바이트나 직원으로 들어가서 경험해 보기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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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판매 및 수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
<다음은 김구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자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2000년도부터 했고 처음에는 동업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혼자 운영하는데 23년 차 됩니다. 그전에는 여기 직원으로 1년 반 정도 근무했었고요. 현재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어요. 처음에 지인 소개로 그냥 아르바이트 식으로 들어온 거라서 2~3년만 하고 그만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지금까지 오게됐네요.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코로나19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A. 저희는 코로나 때는 괜찮았어요. 2020년도에 1년 동안 장사가 꽤 잘 됐어요. 매출도 많이 늘었고요. 좋았던 원인이 코로나 때는 구조적으로 원격수업하고 재택근무하는 분위기였으니까 저희는 업종이 약간 특이한 거죠. 그렇다고 영업시간 제한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지만 그때만 많이 판매가 됐고 그 이후에는 잘 안 팔려요.
Q. 컴퓨터 관련 업종들이 요즘 어렵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우선 저희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준 것도 있고, 요즘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로 주문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쪽은 많이 줄었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직접 와서 제품을 사고 흥정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찰제로 파는 업종이 아니다 보니까 상황에 맞춰서 어떤 분들한테는 10만원에 팔고 어떤 분들은 11만원, 또 다른 분들에게는 9만원에 팔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경우 싸게 사면 좋지만 좀 비싸게 구입한 손님은 불쾌한 경험 때문에 기피하는 듯싶어요. 손님이 아무래도 상인보다 모르기 때문에 말발이나 지식에서 현업에 있는 상인들을 당할 수가 없으니까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직접 찾아오기보다는 그냥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비교하고 자기 친구들한테 도와달라 하는 걸 선호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들 중에서 특히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으로 와서 상담하고 흥정하고 물건을 알아보고 하는 걸 힘들어해요. 그 중에서 남자들이 더 그렇고요. 남자들이 오히려 잘 판단을 못해요. 제 가게에 남녀 커플이 오면 여자들은 느낌으로 봐서 그냥 사는 게 있는 반면에 남자들은 조금 더 아는데도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따지다가 결정을 잘 못해요. 물론 이해는 가지만 그런 한계가 있죠. 혹은 ‘왜 저기는 9만원인데 왜 이 사람은 10만원을 불러서 시작하지’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따지면 벌써 물 건너간 거니까 그런 부분은 다 개인 문제예요. 그래서 손님들도 MZ세대보다 저랑 비슷한 연배여야 공감이 잘 되죠.
Q.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각종 정책과 자금지원 등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A. 코로나 때 받은 돈이 도움이 안 되진 않았죠. 진짜 알토란 같은 돈이었죠. 사실은 저희는 2020년도에는 장사가 잘 됐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도움이 좀 됐어요. 왜냐하면 평생 장사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은 경험이 없었거든요. 아무튼 저희 업종은 다른 업종들에 비해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도에 그래도 형편이 나쁜 편이 아니어서 저희는 감지덕지로 여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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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판매 및 수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구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저는 솔직히 옛날부터 정부에 바라는 점이 딱히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게 구조적으로 따져보면 정부가 해줘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장사하는 사람 개개인이 각자도생으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정부가 뭘 바꿔준다 이런 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단, 정부가 헛돈 쓴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도움이 돼요. 그런데 구조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실력으로 평가받거나, 실력이 없어도 마케팅을 잘하면 물건들이 팔리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정부에서 어떤 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저희 업종이 많이 바뀐다? 글쎄요. 저희 업종 같은 경우는 내구재를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경우이기 때문에 정부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손님들이 구매하는 양이 줄어들었어요. 저희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도매 시장, 용산쪽이나 온라인 매장들 얘기 들어봐도 같은 말씀들을 하세요. 물론 손님이 붐비는 업체들도 꽤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죠. 그리고 경기가 막 좋아진다고 해서 우리한테까지 낙수 효과가 오는 건 아니에요. 경기를 타는 게 아니라 이제 구매하는 패턴이 고착화돼서 저희 업종 같은 경우는 경기가 무진장 좋아져도 우리한테 손님이 많이 오는 건 아니라는 거죠. 타격은 덩달아서 잘 받지만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어요. 어차피 내구재이니까 컴퓨터는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값이 나가는 물건이다 보니까 구매하는 게 쉽지는 않죠. 돈이 없으면 기존에 있는 거 가지고 쓰면 되니까요.
이틀 전에 지방에 있는 젊은 친구가 누구 소개로 와서 뭘 사고 싶다고 카톡을 통해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해당 제품에 대해서 설명을 장황하게 했죠. 이 손님이 사겠다고 했는데 손님들이 취소할 때는 어떻게 취소하는지 알아요. ‘저 죄송한데 아버지 친구분께서 이쪽 일 하신다고 해서 더 좋은 걸 해 주신다고 해요. 죄송합니다. 구매는 안 하는 걸로 할게요’라고 문자가 왔어요. 사실 저희가 화요일이 휴일이었지만 제가 주문을 했거든요. 미리 좀 해달라고 부탁해서 오늘 물건이 이미 다 들어왔어요. 그런데 손님이 취소했어요. 그러면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알겠습니다 하고 말죠. 이런 경우는 어쩔 수가 없어요. 좀 아쉽기도 하고 물건을 못 파니까 당연히 야속할 수도 있지만, 그 손님은 전후사정을 모르니까 손님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이처럼 기본적으로 소개를 통해서 찾는 경우도 어느 정도는 믿고 거래하려고 하는 건데도 성사가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렇게 우리 같은 경우는 내구재를 팔고 한 번 쓰면 오래 쓰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공산품이다 보니 비교할 모델도 많고 이런 업종에 있는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은 좀 어려워요. 신뢰만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이 좀 있어요. 거래 성사는 운이 좀 따라줘야 해요. 반면에 오늘 아침에 어떤 분은 물건을 사 갖고 갔는데요. 그런데 그분이 오랜만에 어떻게 하다 보니까 다시 온 거예요. 그분이 제일 처음에 저한테서 물건을 사서 이용했는데 중간에 딴 데 가서 물건을 샀다가 작동이 안 돼서 그 물건을 고치려고 저한테 온 거예요. 그래서 새로 사겠다고 해서 하나 사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이 경우는 무슨 드라마 스토리도 아니고 너무 텀이 길고 힘들잖아요. 오프라인 장사들은 이런 어려움이 있죠.
Q.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
A. 이미 말씀드렸듯이 유튜브를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생각 중이에요. 사실 돈을 벌려고 유튜브를 하다 보면 힘들거든요. 그냥 재미로 해야 되는데 재미 삼아서 무엇을 주제로 할지 고민이에요. 제가 맡은 물건 하나를 고치는 걸 영상으로 간단하게 올릴까 생각 중이에요. 비슷하게 고장 나는 게 종종 오거든요. 고치는 과정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 영상을 통해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돈 많이 안 깨지도록 사기 안 당하게끔 예방해 드릴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저랑 같은 업종의 사람이 영상 올리는 게 괜찮은 것들도 많은데, 저는 맨날 하는 일이라서 얼토당토않은 거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그런 걸 올려도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구독자가 꽤 많더라고요. 지금은 그쪽 분야도 콘텐츠가 되게 좋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요. 지금까지도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을 잘 보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올려놨더라고요. 우리나라 유튜브 초창기에 컴퓨터 관련 유튜브를 시작한 한 유튜버가 구독자가 꽤 많은데 지금은 장사를 워낙 잘해서 벤츠 타고 다니고 그런 거 브이로그처럼 다 보여주더라고요. 그런 거 하면서 자기가 성장한 거죠. 영상 올리고 장사도 잘 되고 돈도 잘 버니까 당연히 선순환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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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사장의 매장 전경.(사진=이경희 기자) |
Q.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A. 자유를 얻고 싶으면 추천하지만 자유만큼 속박과 책임이 있어요. 자유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만큼 자유롭지 않아요. 저도 자유로워서 맨날 지각해요. 아침에 제가 골프 연습장에 가서 운동하고 그래서요. 여기는 아침 10시 30분이 오픈인데 저는 아침 11시 30분에 와요. 1시간 늦으면 창피한 얘기지만 여기 사무실 동 사람들은 밥 먹으러 내려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사실 그 사람들보다 늦게 일어난 게 아니라 운동하려고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나요. 운동하다가 뭐 하다 보면 늦게 오픈하게 돼요. 그런 자유는 있지만 자유가 좋아서 매장에 영업을 안 하면 10원 한 푼도 못 버는 거죠. 그리고 여기 상인들 보면 우리가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분들이 실제로 별로 없어요. 여기서 영업 잘 되는 사장님은 회사 거래를 하니까 일요일 같은 경우는 잘 안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여기에서 공식적으로 쉬는 날을 빼고 다 나와요. 물론 주말에 보통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기는 해요. 그 상황에서 작은 융통성을 발휘하긴 하지만 그거 말고는 자유롭지가 않아요.
다만 영업을 하는 것만큼 버는 게 있어야 하고 운도 필요한데요. 그리고 인건비, 인테리어 등 고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창업을 시작하면 고정 비용에 매몰돼서 힘들어요. 왜냐하면 우리 업종은 고정 비용이 상대적으로 없는 편이거든요. 일단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업종에 바로 사장될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1년 이상 알바를 하든 직원으로 들어가서 배워보고 경험해 봐야 그다음에 그거 가지고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원으로 1년 반 있었는데 다 사정을 대충 확인했지만 비용이 덜 들어가서 자영업을 한 것도 있거든요.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활이 이렇게 타이트할 줄 알았으면 창업을 안 했을 수도 있어요. 저희 상가 영업 일정표 휴무 일수가 1년에 31일 밖에 안 돼요. 여기 상가는 복합 상가니까 룰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면 밖에 있는 개인 상가가 더 잘 쉴까요? 일주일에 한 번 쉬면 무진장 잘 쉰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기서 좋은 점은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게 없다. 그리고 사람 안 미워해도 된다. 손님이 진상 부리면 퉤 하고 말아요. 그냥 서로 끝나는데 일반 회사를 다니면 특정 인원들이 계속 고정된 시간을 함께 해야 되는데 싫어도 안 나갈 수도 없고 꼴 보기 싫은 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직장 가면 꼭 한두 명씩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없다는 장점을 빼고는 다 불편해요. 이 업종으로 자영업을 하는 거는 잘 생각해야 되는 게 사장님이 돼가지고 직원을 몇 명 들려가지고 영업이 어느 정도 돼 가지고 매출이 막 오르는 이런 경우는 몇 개 정말 안 될 거고요. 직원들이 있었던 매장들이 수두룩한데 요즘은 직원들이 없고 사장님들이 다 개인으로 운영하세요.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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