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간이역왕노가리 김치중 대표, 체인점 26개를 만든 15년의 생맥주 철학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5 16: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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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도매업 경력으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연구해 동네 골목에 차린 가게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26개 체인점이 생겼다.
"손님이 취하면 그만 드시게 한다. 그게 우리 가게 원칙이다."
▲ 을지로에 위치한 간이역왕노가리 매장 전경.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을지로 '만선'의 딱딱한 노가리를 먹다가 "이걸 부드럽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하나로 시작됐다. 주류 도매업 직원으로 수십 년을 보낸 김치중 대표(67)는 누구보다 술을 잘 알았다. 그 지식이 10평짜리 동네 호프집을 체인점 26개짜리 브랜드로 만들었다. 비결은 단순하다. 손님이 취하면 더 드시지 말라고 한다. 15년을 그렇게 해왔다.


벽에는 손님들이 써 내려간 낙서들로 가득하다. 처음 온 손님도, 10년 단골도 그 벽 앞에서는 모두 같은 자리다. "때론 동생이 되고, 형이 되고, 친구가 되는" 가게를 만들겠다던 그 다짐이 15년째 지켜지고 있다.


① 자영업을 시작한 계기 —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발견한 '틈새'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을지로 만선이 유명해서 자주 갔는데, 노가리가 딱딱해서 아침에 입이 아프잖아요. 이걸 동네에서 조그맣게 변형해서 창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가리를 직접 구매해서 연구개발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딱딱한 노가리를 부드럽게.' 단순하지만 이 한 가지 문제의식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 게다가 김치중 대표(67)는 이미 주류 도매업 경력으로 술과 안주의 궁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아내와 맞벌이하던 중, 그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 주방 앞에 선 김치중 대표. 주류 도매업 경력에서 쌓은 '술 지식'이 가게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 김치중 대표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② 브랜드 개발 스토리 — "생맥주는 같은 제품도 집집마다 달라요. 처음 맛 그대로가 자랑입니다"


Q. 가게의 시그니처와 비결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다른 곳에 비해 노가리가 부드럽게 만들어져 있어요. 그리고 노가리 가게이지만 저희는 생맥주 맛집으로도 유명해요. 생맥주는 같은 제품을 쓰더라도 집집마다 다 달라요.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생맥주 맛이 변하지 않게 처음과 똑같이 유지하는 거예요. 그게 제일 자랑거리예요."


'처음과 똑같이.' 이 말이 15년의 핵심이다. 메뉴가 늘어나고 가게가 커져도, 첫날 서빙했던 생맥주의 온도와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입소문을 만들었고, 26개 체인점을 낳은 진짜 비결이다. 광고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 손님들의 낙서로 빼곡히 채워진 간이역왕노가리 내부 벽. 15년의 단골 역사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③ 경영 철학 — "술장사지만 술 더 드세요, 한 번도 안 했다"


Q. 사업을 운영하면서 세운 소신과 철칙이 있다면요?
"술장사를 하지만 손님들에게 술을 더 드시라고 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취하시면 그만 드시게 합니다. 가게 분위기는 때론 동생이 되고, 형이 되고, 친구가 되어주는 친근한 분위기로 운영하고 있어요."


술장사에서 술을 더 팔지 않겠다는 원칙. 얼핏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것이 15년 단골을 만든 힘이다. 취한 손님을 붙잡아 더 팔기보다, 건강하게 내보내는 가게. 그래서 그 손님은 다음 주에 또 온다. 낙서 빼곡한 벽이 그 반복의 증거다.


④ 시장 활성화와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점


Q. 정부 소상공인 정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나요?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고, 소상공인 정책은 그들만의 얘깃거리인 것 같아요. 실제로 장사를 시작하고 뭘 하려고 하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소상공인 대출도 어느 정도 매출이 있어야 받을 수 있고요.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서민 생활에 들어와서 직접 체험을 해봐야 해요. 깊숙이 들어와서 이런 부분이 진짜로 필요하구나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⑤ 창업에 도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 — "크게 하지 마세요, 10평에 월세 100만원이 답입니다"


Q.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지인들이 식당이나 음식점을 크게 하겠다고 하면 만류하고 있어요. 인건비도 많이 올랐고, 가게가 크면 클수록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이런 노가리 가게를 하려면 10평 이내에 임대료 100만원 선에서 찾으라고 조언해요."


15년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간결하다. 10평, 월세 100만원. 화려한 확장보다 고정비 통제가 생존의 조건이라는 것. 체인점 26개를 운영하면서도 본점만큼은 그 원칙을 그대로 지켜왔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3~4년 정도 장사를 하다가 은퇴를 할까 합니다. 은퇴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고요. 그 이후 계획은 요즘 해외에서 코리안 푸드가 유행이라서, 해외에서 코리안 푸드 장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은퇴 후 해외 코리안 푸드. 67세에도 다음 챕터를 구상하는 김치중 대표의 눈빛은 여전히 반짝였다. 15년 전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이걸 부드럽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던 그 눈빛과 같았다.

 

● 간이역왕노가리 핵심 포인트

 

창업 15년 차 · 체인점 26~27개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 

시그니처: 부드러운 왕노가리 + 생맥주 · '처음 맛 그대로' 유지 철학 · 주류 도매업 출신 대표의 술 전문성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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