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오감(五感)이 즐거운 곳... 안동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1 18: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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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건강을 동시에... 직접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로 제철음식을 즐기다

 

▲ 안동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 권순향 대표

 

“장사나 하지 머!” 조기 은퇴, 취업 실패, 실직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생계의 귀로에 직면한 사람들이 한 번쯤은 쉽게 던지는 말이다. ‘먹는장사는 안 망한다’며 자신감이 승천해 무작정 외식창업에 뛰어들지만 창업 3년 내 폐업률이 95%에 이를 정도로 경쟁도 치열해 결코 녹록한 분야가 아니다. 특히 장시간 지속된 코로나19와 고물가, 인건비 상승 등은 그나마 창업시장에서 부침이 덜 하다는 음식업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음식점을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가 고객만족, 행복한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사업가가 있다. 확고한 사업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 흐름에 맞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불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는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의 권순향 대표를 만났다.
 

▲ 권 대표는 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방식 대신, 600평 정도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여 유기농 식재료를 반찬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김영란 기자)


신선한 식재료, 맛의 업그레이드
경상북도 지정 ‘으뜸음식점’, 안동시 ‘모범음식점’. 권순향 대표가 운영하는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은 안동은 물론 경상북도에서 장어전문 명가로 인정받은 음식점이다. 주 메뉴는 사계절 보양음식 장어구이와 우렁이를 이용한 쌈밥으로 수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자연주의식 퓨전 한식을 담은 건강 밥상을 선보여 현지인들에게서부터 먼저 인정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권 대표가 처음부터 요리를 해 온 것은 아니다. 잘 나가던 여행사 가이드로, 자동차부품 조립공장에서 생산직 일을 하기도 했다. 8년여 간 유치원을 운영했던 권 대표는 30대 중반 한‧중‧양식자격증을 딴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이후 한정식 식당, 인터불고호텔 요리부, 수성호텔 레스토랑 조식 메인세프를 거치며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안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2014년부터 장어요리를 시작한 권 대표의 식재료 선택은 깐깐하다 못해 엄격하다. 계절의 영양이 듬뿍 담긴 제철반찬은 권 대표의 노고가 묻어있다. 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방식 대신, 600평 정도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여 유기농 식재료를 반찬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세균감염을 예방하고, 식재료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거리를 제공하고자하는 권 대표의 운영철학이 담겼다.

 

▲ 전라도 고창에서 공수해 오는 장어는 매일 쓸 만큼의 장어를 전날 잡아 24시간 냉장실에 숙성시킨 후, 권 대표가 직접 개발한 특제소스를 여러 번 솔로 발라 구워낸다.(사진=김영란 기자)


전라도 고창에서 공수해 오는 장어는 매일 쓸 만큼의 장어를 전날 잡아 24시간 냉장실에 숙성시킨 후, 권 대표가 직접 개발한 특제소스를 여러 번 솔로 발라 구워낸다. 특제소스는 6시간 이상 장어뼈와 간장을 넣어 고아낸 후에 다시 12시간 이상을 기다려 염분을 걸러내 저염화 한다. 기다리고 걸러내는 일을 여러번 반복한 후 특제약재를 넣고 조청처럼 졸여내는 일은 심혈을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수양의 단계처럼 보인다.


권 대표는 호텔 메인세프답게 식재료 최상의 맛을 끌어올리는 재주가 탁월하다. 1미터 길이의 통통하고 싱싱한 장어에 데리야키소스와 고추장소스가 알맞게 덧칠된 불맛 입은 장어구이는 쫀득하고 깔끔한 맛이 뛰어나 고객들의 만족감을 더한다. 이와 함께 한정식처럼 잘 차려진 다양한 부대반찬들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맛과 차림새가 뛰어나다.

 

▲ 다슬기와 제육의 어우러짐이 별미인 다슬기쌈밥, 90cm 사이즈의 잉어를 푹 고은 잉어곰탕과 장어‧장어뼈를 10시간 이상 푹 고아낸 진액에 우거지 등을 넣어 끓여낸 장어탕은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의 스테디셀러다.(사진=김영란 기자)

 

다슬기와 제육의 어우러짐이 별미인 다슬기쌈밥, 90cm 사이즈의 잉어를 푹 고은 잉어곰탕과 장어‧장어뼈를 10시간 이상 푹 고아낸 진액에 우거지 등을 넣어 끓여낸 장어탕은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의 스테디셀러다.


권 대표는 선진화된 음식점답게 모든 음식을 표준화‧계량화하고 식재료의 위생은 물론 주방‧조리기구 등의 청결에도 철저하다. 특히 손님을 맞이하는 복장은 업소의 이미지와 직결되기에 종업원들의 단정한 옷매무새, 언행까지 하나하나 최고의 친절 서비스 제공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 권세프 민물장어구이쌈밥(사진=김영란 기자)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코로나19, 고물가, 고임금 등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대기업도 손 들고 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권 대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매장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은 급감했고, 그에 따라 긴축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권 대표는 영업전략으로 홀 매출 10%, 비대면 배달 매출을 90% 전면 전환하고, 전메뉴를 반조리‧완조리화 해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택배‧배달관련 유통 마케팅을 실시했다. 전단지, 프랑카드. SNS 홍보를 적극 활용해 비대면 영업을 활성화해 갔다.


특히 2019년 안동마6차산업화센터, 안동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권세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이 공동개발한 ‘안동참마 장어구이도시락’은 코로나 불황 속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장어구이 한상차림을 그대로 도시락에 담은 안동참마 장어구이도시락은 안동의 마를 이용한 반찬, 장어구이로 맛과 건강을 챙기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 안동지역특산물을 접목 시킨 특화된 사업아이템이다.

 

▲ 권세프 도시락 메뉴(사진=김영란 기자)
▲ 권세프 도시락 메뉴
▲ 권세프 도시락 메뉴


권 대표는 “이 불황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신메뉴를 개발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시스템과 고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냉철한 경영마인드를 강조했다.


권 대표는 봉사와 나눔에도 베테랑이다. 대학 졸업 후부터 장애인시설에서 목욕, 청소, 차량운전봉사 등을 해 왔으며, 국제구호NGO에서 현지 봉사는 물론 후원활동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매달 수입의 20% 정도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으며, 봉사가 필요한 곳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간다. 맘 놓고 푹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봉사활동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 디저트 메뉴

 

요리에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품성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밥상을 받을 사람의 마음과 건강까지 헤아리는 권 대표의 따뜻한 음식을 대하고 보면 이곳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해 진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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