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중국과 대만의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은 어떻게 다른가?

김경훈 대기자 / 기사승인 : 2025-04-24 16: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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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조 강국이지만 산업 구조는 달라
수직 계열화 한계, 중소기업 위기는 같아

▲ 중국 상하이시 황푸구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pexels)

 

 

아시아 제조 강국 가운데 대만과 중국은 자주 함께 언급되는 국가다. 두 나라는 모두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자 산업과 기계 산업에서 높은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조 경쟁력이 형성된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중국은 생산 규모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대만은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산업 경쟁력을 구축했다. 수출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두 나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 제조업은 대규모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거대한 공장과 대량 생산 체계가 구축되면서 세계 제조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중국 기업들은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거대한 내수 시장 역시 산업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중국 제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 생산 기업과 대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 집적과 대규모 생산 설비가 결합되면서 제조 경쟁력이 형성되었다. 생산 규모 확대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는 구조다.


대만 제조업의 발전 방식은 중국과 상당히 다르다. 대만 산업의 중심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한다. 전자 부품, 정밀 금속, 산업 장비와 같은 분야에서 전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대만 전자 산업에서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ODM 기업은 제품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담당하며 글로벌 브랜드 기업과 협력한다. 노트북과 서버 장비,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대만 기업들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도 이 ODM 생산 구조와 관련이 있다. 대만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보다 기술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면서 세계 시장에 참여해 왔다.


이 방식은 대만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 없이도 세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제품 설계 능력과 생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 기업의 공급망에 직접 연결되면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대만 기업들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특정 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경우가 많다. 하나의 기업이 완제품을 모두 생산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생산 공정이 기업 간 협력으로 이루어지면서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이 함께 축적된다.


이 차이는 산업 조직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제조업은 대규모 생산 체계를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이 형성되었다. 반면 대만 제조업은 다양한 기업이 연결된 생산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했다. 여러 기업이 각자의 기술 영역을 담당하면서 산업 전체의 생산 구조가 만들어진다.

 

▲ 수출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사진 = HD현대 제공)


 

수출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 기업은 완제품 생산과 대량 생산 능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경쟁력과 생산 규모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동한다. 대만 기업은 부품과 전문 생산 영역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세계 기업과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 대만 산업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신주 과학단지다. 반도체와 전자 산업 기업이 한 지역에 모이면서 연구개발과 생산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기업 간 기술 교류와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산업 전체의 혁신 속도도 빨라졌다. 산업 클러스터는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나라의 산업 구조 차이는 중소기업 성장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만에서는 작은 기업이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사례가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대규모 생산 체계 안에서 기업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만 사례는 중소기업 수출 전략을 고민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 규모만으로 세계 시장 진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중소기업도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 산업 역시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는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앞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수출 경쟁력은 단순히 수출 규모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참여하는지가 산업 구조의 방향을 결정한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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