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일할수록 노동 효율성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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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알고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이미지_라이더유니온) |
우리나라 플랫폼 음식 배달 시장은 2019년 알고리즘 단건 배달이 시작된 이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2020~2021년 급격하게 성장했다. 반면 올해부터는 성장 중심에서 수익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자본의 기조가 변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배달수요가 줄어들면서 배달노동자들 역시 불황을 겪기 시작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의 박수민 연구원은 지난 11월 22일 라이더유니온·플랫폼희망찾기·공공운수노조·정의당 이은주 의원·노회찬재단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플랫폼 알고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알고리즘 검증 실험에 대한 해석과 고민’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현장에서 배달노동자들은 물량 감소와 배달료 하락, 프로모션 등의 보너스 삭감을 겪으면서 수입 감소를 견뎠다.
박 연구원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서울 강남 저녁 피크타임(오후 6~8시)의 평균 건당 배달비는 5943원, 비강남은 5616원이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피크-비피크 시간 동안 일하며 확인한 평균 건당 요금은 5300~5600원 수준이었다.
박 연구원은 “피크타임을 기준으로만 하면 요금이 더 올라갈 것이기에 건당 배달요금이 더 내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가 늘어난 것과 달리 2011~2022년 사이 배달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배달료는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피크타임 동안 물량이 늘어 배달요금이 늘어가는 중에도 시간당 배달 개수는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피크타임에만 일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극도로 유연화된 노동시장을 플랫폼이 구축했으며 팬데믹 이후 단가가 하락하면서 소위 ‘일반인 배달원’들이 대거 떠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플랫폼이 만들어 낸 노동유연화 전략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가격이 더 낮은 비피크 시간에도 일하는 전업 노동자들과 비피크 시간에도 높은 배달료를 부담하는 상점에 더 많은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더 많이 일할수록 노동의 효율성이 급감하는 상황은 플랫폼 경제의 노사관계, 노동전략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했다.
◇ 알고리즘 배차 100% 따르면 노동 강도·수입 증가
박 연구원은 이날 지난해와 올해 실험에서 발생한 규모나 결과의 차이를 소개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우선 실험설계 차원에서 규모가 많이 늘어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2021년 서울과 부산의 쿠팡, 배민, 요기요 라이더 11명이 참여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서울과 경인 지역 배민라이더 130명이 참여해 총 11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배민 단일 플랫폼에 집중해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일반배차를 비교군에 포함해 그동안 개별적인 경험 차원에서 논의되던 일반배차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했다”고 했다.
다만 “강남 지역이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할 때 전체 116명 중 강남과 동부 지역 라이더는 10명밖에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음식 배달에서 노동강도를 대표할 수 있는 지수는 배달 건수와 주행거리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실험은 공통적으로 수입, 배달개수, 주행거리를 주요 지표로 관찰했다. 시간당 배달 개수는 시간당 배달건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배달을 완료해야 하고,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배달 한 건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피크타임은 1시간 정도로 한정돼 있는데 장거리 주문이 많으면 피크타임 내에 많은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더 빨리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또 전반적인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에 쌓이는 피로도가 증가하고, 지역에 따라 사고 위험이 늘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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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배달에서 노동강도를 대표할 수 있는 지수는 배달 건수와 주행거리다. 피크타임은 1시간 정도로 한정돼 있는데 장거리 주문이 많으면 피크타임 내에 많은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더 빨리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또 전반적인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에 쌓이는 피로도가 증가하고, 지역에 따라 사고 위험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미지=freepik) |
박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실험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수락률을 100% 유지할 때보다 자율적으로 선택할 때 거리당 수익이 높다는 것”이라며 “배차를 거절하는 것은 라이더 입장에서도 위험을 수반한다. 다음 배차가 바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다음 배달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라이더들은 배차를 연달아 수락하기보다는 거절해 보다 효율적인 주문을 선택하고 있었다”며 “이 연구에서는 라이더들이 선택·거절하는 기준에 대해 묻지 않았으나, 지난해 실험에 따르면 효율적인 시간 이용, 안전, 체력,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다만 건당 배달 거리, 건당 주행거리도 함께 분석하면 라이더들이 배달 거리가 짧은 주문을 선택한 것인지, 혹은 결과적으로 거리당 소득이 높은 것이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른 점으로는 지난해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때 전체적인 수입도 높았지만, 올해는 수락률을 100%로 유지할 때 배달 개수와 수입이 더 높았다. 알고리즘이 주는 배차를 거절하지 않으면 더 많은 배달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소득은 늘어났다. 즉, 알고리즘 배차를 100% 따르면 노동 강도와 수입이 모두 증가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알고리즘 배차를 적절히 거절할 때 오히려 더 적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소득은 더 많이 올릴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연구 데이터 자체로는 추론이 어렵지만, 현재 배달시장 상황과 지난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거절 이후 배차가 되지 않는 시간과 배달물량의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수락률에 따른 배차 속도의 차이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건당 걸리는 시간이 대기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차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배차를 거절할 때 다음 배차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알고리즘이 배차한 주문을 거절한 이후 그다음 배차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배차가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간당 배달 건수가 줄어든다”면서 “현재로서는 배차 대기 시간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연구에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배차 대기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가는 배차 알고리즘이 도입된 이래 첨예한 관심의 대상이었다”면서 “배달 플랫폼은 공식적으로 수락률이 배차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수락률의 영향은 물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차이도 들었다. 박 연구원은 “라이더는 여러 지리적인 요인을 계산해 주문을 수락하거나 거절한다”며 “알고리즘이 배차하는 주문의 픽업 거리가 길거나, 기피지역(외곽지역이나 오토바이 출입이 안 되는 대형 아파트 단지)으로 가는 경우는 거절하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의민족은 현재 픽업 거리에 대한 비용을 책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크타임에 외곽지역으로 배달을 갈 때 빈차로 회차하는 동안 피크타임이 모두 지나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토바이 출입을 막거나,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거나, 헬멧을 벗고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대형 아파트단지나 주상복합은 절대적으로 도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봤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호 기자 jli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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