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소상공인 87만 명, 절반 이상 "디지털 기기 사용 어렵다"… 사업 경쟁력 악화
배달앱 등록, 카드결제기 관리, SNS 마케팅까지… 고령 자영업자에겐 "생존을 위한 시험"
디지털 역량 교육 확대와 고령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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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고령 소상공인의 모습. (사진 = 챗GPT) |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라고 하면 못 도와드려요. 나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서울 종로구에서 칼국수집을 30년간 운영해온 김 모 씨의 고백이다. 2025년 1월, 대한민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고령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소외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소상공인은 약 87만 명으로, 전체 소상공인(약 700만 명)의 12.4%를 차지한다. 이 중 52.3%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38.7%는 "배달앱이나 카드결제기 등 디지털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분석에 따르면 배달앱에 등록된 음식점의 평균 매출은 미등록 음식점보다 23.4% 높고, SNS 마케팅을 활용하는 업체의 신규 고객 유입률은 3.2배 높다. 디지털 역량이 없는 고령 소상공인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배달앱 등록도 못해봤다"… 디지털 밖의 고령 자영업자
고령 소상공인의 디지털 소외는 단순히 키오스크를 못 다루는 수준을 넘어선다. 배달앱 입점, 온라인 마케팅, 전자 세금계산서 발행, POS 시스템 관리 등 사업 운영의 전 영역에서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 씨(69)는 "주변 가게들이 다 배달의민족에 등록했는데, 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도 어려워서 등록을 못했다"며 "아들한테 부탁해서 겨우 등록했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74)는 "젊은 사장님들은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 올려서 손님이 줄을 서는데, 나는 인스타가 뭔지도 모른다"며 "전화 주문만 받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지만, 배울 기회도 여유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62.3%로, 30~40대(97.8%)와 3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비즈니스 관리 능력은 20대의 92.1%에 비해 60대 이상은 18.7%에 불과하다.
◇ 무인매장·셀프서비스 확산… 고령 소비자도 이탈
디지털 전환은 고령 소상공인뿐 아니라 고령 소비자도 배제하고 있다. 키오스크 주문, QR코드 메뉴판, 무인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가게에 들어가도 주문 방법을 모르겠다"는 어르신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65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8%가 "키오스크 주문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41.3%는 "키오스크만 있는 매장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고령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키오스크가 없는 전통적 소매점이나 시장으로 집중됨을 의미하며, 역설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느린 고령 소상공인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측면이다.
그러나 대세적인 흐름은 디지털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무인매장 소비자 불편 개선 권고'를 발표하면서 "키오스크에 큰 글씨 모드, 음성 안내, 대면 주문 병행 옵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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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디지털 도우미로부터 태블릿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고령 소상공인. (사진 = 챗GPT) |
◇ 디지털 역량 교육 확대… "1회성이 아닌 지속적 밀착 지원" 필요
정부와 지자체는 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역량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육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교육사업'은 연간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마케팅, 배달앱 활용법, SNS 운영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참여 소상공인의 후속 설문에서 "교육 내용을 실제 사업에 적용했다"는 응답은 34.2%에 불과했다. "교육 내용이 너무 어렵다"(28.4%), "교육 후 도움 받을 곳이 없다"(22.1%), "한 번 듣고는 기억이 안 난다"(15.3%) 등이 미적용 이유로 꼽혔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1회성 집체 교육보다 현장에서 1:1로 반복 지도하는 '디지털 멘토링'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2025년부터 전국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 '디지털 도우미'를 배치하여 고령 소상공인을 밀착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포용 없이 디지털 전환 없다… 고령 소상공인 맞춤 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만 강조하면 고령 소상공인 87만 명이 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포용팀 박 모 팀장은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령 소상공인 전용 간편 앱 개발(큰 글씨, 음성 인식, 원터치 조작), 디지털 전환 시 초기 비용 전액 지원(키오스크·POS 등), 지속적 A/S 및 사후 관리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총무성이 '디지털 활용 지원원' 제도를 운영하여, 고령 사업자에게 월 2회 이상 무료 방문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밖에 서 있는 87만 고령 소상공인은 단순히 '뒤처진 사람들'이 아니라, 30년 이상 골목상권을 지켜온 장인이자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다. 이들이 디지털 시대에도 당당히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설계하는 것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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