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임대료보다 무서운 난방비"… 1월 에너지 요금 폭탄에 자영업자 집단 비명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9 12: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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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소상공인 난방비 전년 대비 30~40% 급등… 도시가스·전기·등유 동반 인상의 삼중고
음식점·카페·세탁소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타격 집중… 월 난방비 100만 원 돌파 속출
정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 '가구' 중심, 소상공인 사각지대… "영업장은 왜 빠지나"
전기·가스 요금 동시 인상에 '이중 폭탄'…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경감 대책 시급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급등한 난방비 고지서를 확인하며 한숨짓는 음식점 사장의 모습. (사진 = 챗GPT)

 

2025년 새해 벽두부터 기록적인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난방비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6.2도로, 최근 10년 평균(영하 3.8도)보다 2.4도 낮은 이상 한파를 기록했다. 이에 도시가스·전기·등유 요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이 '에너지 요금 폭탄'을 맞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2025년 1월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MJ(메가줄)당 19.69원으로, 전년 동월(16.54원) 대비 19.1% 올랐다. 한국전력의 일반용 전기요금도 kWh당 평균 151.8원으로 7.2% 인상됐다. 여기에 등유 가격까지 리터당 1,480원(전년 1,290원 대비 14.7% 상승)을 기록하면서, 에너지 비용의 '삼중 폭탄'이 현실화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24시간 찜질방을 운영하는 오 모 씨(56)는 "작년 1월 가스비가 35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480만 원이 나왔다"며 "임대료(400만 원)보다 가스비가 더 많이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비명을 질렀다.

◇ 음식점·카페·세탁소…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겨울 전쟁'

난방비 급등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음식점, 카페, 세탁소, 미용실, 찜질방·목욕탕 등 에너지 다소비 서비스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월 둘째 주 500개 업체를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73.2%가 "전년 대비 난방비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40% 이상 증가한 곳도 28.4%에 달했다.


특히 세탁소는 '에너지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타격이 크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세탁소를 25년간 운영해온 최 모 씨는 "세탁기 3대, 건조기 2대, 다림질 프레스기가 매일 10시간 이상 가동되는데, 이번 달 전기요금이 120만 원, 가스요금이 85만 원이 나왔다"며 "한 달 매출이 600만 원인데 에너지 비용만 205만 원이면 임대료·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음식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구 동성로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국물 요리는 하루 종일 불을 켜야 하는데, 가스비가 월 9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뛰었다"며 "그렇다고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안 온다. 진퇴양난"이라고 토로했다.

◇ 에너지 바우처는 '가구'만… 소상공인 사각지대 광범위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지원 정책은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영업용 에너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소상공인 영업장의 에너지 비용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영업장 에너지 비용은 가계 지출과 별도로 발생하는 경영 고정비인데,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전무하다"고 비판한다. 특히 주거 겸 영업 형태의 소상공인은 영업장 난방비와 가계 난방비의 경계가 모호하여 어느 쪽 지원도 받기 어려운 이중 배제 상태에 놓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규모가 미미하다. 서울시는 영세 소상공인 대상 '동절기 에너지 보조금'으로 업체당 3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전체 서울 시내 소상공인 약 80만 업체 중 지원 대상은 5,000업체에 불과하다. 지원을 받은 한 업체 사장은 "30만 원은 가스비 열흘치도 안 된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에너지 요금 고지서를 확인하는 세탁소 사장의 모습. (사진 = 챗GPT)


◇ "영업시간 줄이거나 문 닫거나"… 소상공인의 극단적 선택

난방비 폭등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윤 모 씨는 "매장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을 오전 10시~오후 7시로 줄였다"며 "원래 밤 10시까지 했는데, 저녁 시간 손님이 적어 난방비만 나가는 꼴이라 차라리 일찍 닫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아예 점심 영업을 포기했다. "점심 매출이 15만 원 안팎인데, 그 시간에 드는 가스비·전기비가 7~8만 원이면 인건비까지 합산하면 적자"라며 "결국 오후 4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저녁 매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경우, 겨울철 한시적 휴업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서 해물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겨울철 비수기에는 하루 매출이 20만 원도 안 되는데 난방비만 10만 원이 나간다"며 "2월까지 가게 문을 닫고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경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문제를 일시적 지원이 아닌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영업장의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며 "고효율 보일러·에어컨 교체, 단열 개선, LED 조명 전환 등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소상공인 에너지 진단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에너지 비용을 평균 15~25%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사업의 연간 지원 규모는 전국 2,000업체에 불과해, 전체 소상공인 700만 업체의 0.03%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국소상공인학회 박 모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 소상공인에 대한 도시가스·전기 요금 할인 제도를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영업장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도입하여 등급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태양광 패널, 지열 냉난방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소상공인 전용 저리 융자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겨울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난방비 한숨은 봄이 와도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비용은 계절적 요인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가격, 환율, 탄소중립 정책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의 에너지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면 '요금 폭탄 → 긴급 지원' 패턴을 넘어선 선제적·체계적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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