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계화된 재해복구시스템 부재...범정부적 대책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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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된 카카오 서비스 중단, 네이버 서비스 오류 등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장애로 인한 여파가 커지고 있다.(이미지_모바일 갈무리) |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된 카카오 서비스 중단, 네이버 서비스 오류 등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장애로 인한 여파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 4일에도 20분간 접속 오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카카오톡이 시작된 지 12년 만의 최장 시간 서비스 장애다.
특히, 가입자 4,750만 명으로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의 파행 운영으로 인해 메신저, 결제, 모빌리티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호소하면서 디지털 재난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 기반 소상공인‧자영업자들 피해 속출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를 비롯하여 카카오페이, 다음 포털, 카카오맵, 카카오T, 코인 거래소는 물론 카카오 인증을 이용하는 여타 서비스 등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들을 다량 운영하면서 국민들의 일상에 깊게 관련되어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약 87%,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80~90% 수준으로 거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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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 친구, 챗봇상담 등을 통해 예약·배달 주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 비즈니스’만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 단체, 영세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졌다.(이미지_모바일 갈무리) |
이번 사태에서 개인적인 사용 불편 등은 차지하고서라도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다. 플러스 친구, 챗봇상담 등을 통해 예약·배달 주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 비즈니스’만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 단체, 영세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카오톡 채널로 주문‧상담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시스템 먹통으로 주문받은 사항들도 확인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렸고, 이에 대한 공지를 띄우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애 타는 마음에 카카오톡 고객센터로 전화를 돌렸지만 ‘복구 중’이라며 통화 연결도 어렵기만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회원은 “토요일 매출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이후 매출이 반 토막이라도 나오면 다행인데, 아직도 비즈니스센터가 먹통이라 택배송장조차 못 뽑는다. 어차피 보상 안 해 줄 거 같아서 바라지도 않지만 카카오톡 선물하기 매출이 70~80%인 저의 경우는 이번 주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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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기준 전국 택시기사 92.8%가 가입해 있는 카카오T 서비스도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이미지_카카오) |
지난해 기준 전국 택시기사 92.8%가 가입해 있는 카카오T 서비스도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구수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에 따르면 “카카오T가 중단돼 법인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도 못 채워 주말 택시 운행을 일찌감치 접거나 장시간 길빵(거리를 돌며 손님을 찾는 행위)을 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사태가 계속됐다. 독점의 폐해가 빚은 참사이며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예견된 인재로 국민들과 택시노동자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에 대한 조사를 통한 보상 대책과 재발방지책을 촉구했다.
카카오 마비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사례는 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www.kfme.or.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까지 피해 접수를 받고 정확한 규모를 확인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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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마비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사례는 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www.kfme.or.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까지 피해 접수를 받고 정확한 규모를 확인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이미지_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 |
취약한 재해복구시스템으로 화 키워
국민들이 대다수 사용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생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장시간의 장애상황은 사회와 대중, 나아가 경제에도 큰 피해를 안기는 동시에 혼란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의 어설픈 대처는 비판에 오를 수밖에 없고, 이번 사태에서도 책임을 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같은 SK C&C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왜 네이버는 그 여파가 카카오보다 적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IT 서비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을 통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검색, 뉴스, 쇼핑, 카페, 블로그, 시리즈온, 오픈톡, 스마트스토어 센터 등 일부 기능에 오류가 발생했지만, 네이버 주요 서비스의 기능 오류는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6시간 이내에 대부분 정상화됐다. 이는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한 덕이다. 네이버는 2013년에 완공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메인 서버로 두고, 세종시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2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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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2013년에 완공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메인 서버로 두고, 세종시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2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이미지_네이버 데이터센터 각_네이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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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카카오는 안양 등 전국 4곳의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판교 데이터센터에 대다수 서버가 들어 있다. 카카오 측에서는 “지리적·기술적인 환경 등을 고려해 판교에 서버를 약 3만 2000대 정도 두면서 메인 센터로 삼았다”고 밝혔지만 판교 사옥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곳에 서버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문어발식으로 외형 규모는 키웠지만 안전망 구축이라는 기본에는 소홀했다는 것이 공통적 비난의 일성이다.
4년 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했던 KT의 아현지사 화재 사고를 떠 올려 본다면, 화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카카오의 주장은 변명에 가깝다. ‘이례적 상황’이라고 강조하는 경영진들의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 수준도 미심쩍다. 2012년 4월 전력이 끊기면서 서비스가 중단되자 카카오측은 데이터센터 탓만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나서 카카오 주요 기능의 추가 복구 현황에 대한 재난 문자를 발송할 만큼 디지털 플랫폼 재난으로 취급되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서비스지만 ‘국민 앱’처럼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독과점 형태는 이에 기반한 대국민서비스에도 장애를 가져왔다.
‘공공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존적으로 사용되어지고, 마땅한 기업윤리의식이나 법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IT강국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을지 많은 의구심과 고민을 낳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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