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현대화는 성과, 방문객 증가는 미흡… "깨끗해졌지만 살 게 없다"
MZ세대 겨냥 '체험형 시장' 전환… 야시장·플리마켓·문화 공연 접목
"시설 투자에서 콘텐츠 투자로, 전통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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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시설은 현대화됐지만 방문객 감소로 한산한 전통시장. (사진 = 챗GPT) |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시작된 지 15년. 누적 3조2,000억 원이 투자되고 전국 1,450개 전통시장이 시설을 정비했지만, '방문객 감소'라는 근본 과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5월 발표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15년 성과 평가'에서 시설 환경 만족도는 72.8점(2010년 43.2점)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방문 빈도는 월 2.3회(2015년 3.1회)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02개로, 등록 상인 수는 약 22만 명이다. 전통시장의 총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23조 원으로, 전체 소매 유통 시장(520조 원)의 4.4%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2015년(7.2%)에서 지속 하락해, 전통시장의 유통 시장 내 위상이 계속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설은 깨끗해졌지만… "살 이유가 없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비가 새던 지붕이 아케이드로 바뀌고, 좁고 어두운 통로에 LED 조명이 설치되고, 공용 화장실과 주차장이 정비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방문객 조사에서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 이유" 1위는 "마트·온라인 쇼핑이 더 편리해서"(62.3%)였고, 2위는 "살 만한 상품이 부족해서"(41.7%), 3위는 "가격이 마트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서"(33.8%)였다.
서울 망원시장 인근에 사는 김 모 씨(34)는 "시장이 깨끗해진 건 좋은데, 파는 물건이 예전과 같다. 마트에서 원스톱으로 살 수 있는데 굳이 시장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 분석에 따르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예산의 78.3%가 시설 정비(아케이드·전기·소방·주차장)에 집중됐고, 상품 경쟁력 강화, 마케팅, 체험 콘텐츠 개발 등에는 21.7%만 투입됐다. '하드웨어'는 바꿨지만 '소프트웨어'는 거의 그대로인 셈이다.
◇ MZ세대 겨냥 '체험형 시장' 전환… 성공 사례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체험형 시장'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울 광장시장은 '먹방 투어' 콘텐츠를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서울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았다. 2024년 방문객은 연 450만 명으로 2019년(280만 명) 대비 60.7% 증가했다.
부산 부전시장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부전 야시장'을 운영하며 푸드트럭, 수제맥주, 인디밴드 공연 등을 결합해 2030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야시장 운영일 매출은 평소 대비 3.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순천 웃장시장은 빈 점포를 청년 상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청년몰'을 운영해, 수제 디저트·공방·빈티지숍 등 MZ세대 취향의 매장을 유치했다. 청년몰 입점 후 시장 전체 방문객이 2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정부, '전통시장 3.0' 전략 발표
중기부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방향을 '시설 투자'에서 '콘텐츠·체험 투자'로 전환하는 '전통시장 3.0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시설 정비 예산 비중을 현행 78%에서 50%로 줄이고, 상품 경쟁력·체험 콘텐츠·마케팅 예산을 50%로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통시장 전용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구축(올해 100개 시장), 청년 상인 유치 프로그램 확대(올해 500개 점포), 시장별 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야시장·플리마켓·문화행사), 전통시장 온라인 쇼핑몰 '장보기' 앱 고도화 등이 추진된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통시장 다국어 안내 시스템 설치, 외국어 가능 '시장 도우미' 배치, 글로벌 관광 플랫폼과의 연계 등도 시행된다.
◇ "시설이 아닌 콘텐츠가 사람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의 미래가 시설의 화려함이 아닌 콘텐츠의 차별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유통학회 박 모 회장은 "전통시장이 마트나 온라인과 가격·편의성으로 경쟁하면 이길 수 없다"며 "전통시장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경험, 즉 신선한 로컬 식재료, 상인과의 인간적 교류, 지역 문화 체험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성공한 전통시장의 공통점은 '우리 시장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광장시장의 빈대떡,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처럼 각 시장이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년간 3.2조 원을 투자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다음 장(章)이 시작되고 있다. 깨끗한 시설 위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것, 그것이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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