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렘을 갖게 한다. 동시에 편안한 잠자리, 먹거리 등은 필수적으로 함께 살펴야 할 고민 중 하나다. 여행으로 인한 설렘 가득한 고민이라면 그나마 선택의 실패도 감수할 부분이겠지만, 피치 못 할 사건이나 현실에 처한 상황이라면 단순한 고민거리가 아니라 간절함이 되기도 한다.
여행 피크철이면 누구나 ‘바가지요금’ 상흔에 한 번 쯤은 불쾌한 경험을 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숙소가 몇 배,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요금으로 흥정되고 흔하게 먹던 식사의 요금도 호텔급 금액으로 판매되어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얼룩지게하기도 한다.
![]() |
▲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 강남 일대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으며, 귀가를 포기한 시민들은 인근 숙소를 잡기 위해 숙박 예약전쟁을 벌였다.(사진=KBS 재난포털) |
지난 8월 역대급 폭우로 인해 물난리가 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다수의 지역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 강남 일대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으며, 귀가를 포기한 시민들은 인근 숙소를 잡기 위해 숙박 예약전쟁을 벌였다. 그나마 서둘러 예약을 한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1박에 25~3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치솟은 요금을 지불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일부 숙박업소의 횡포겠지만, 국가적 재난을 악용해 폭리를 취한 해당 업소들은 전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러한 폭리 소식을 접하고 “남의 어려움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행태에 분노한다”며 격앙돼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헤프닝이 잊혀지기도 전, 또 어이없는 뉴스가 떠올랐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글로벌 홍보를 위해 10만명 규모로 예정된 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리는 부산에서 호텔 1박 숙박비가 500만원까지 치솟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평소 1일 15만원 수준의 객실이 100만원이 되고, 부산 인근 숙박시설 가격도 10배 이상 폭등했으며, 일부 숙박업소들은 콘서트 일정 전후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올린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등 도를 넘어선 행태를 보였다.
이번 공연은 2030년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과 응원을 모으기 위한 홍보대사 방탄소년단의 무료공연으로, 이를 보기위해 공연일 전후로 11만 명 이상, 총 30만~40만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연이 열리는 기장군 일광면 한국유리 부지는 김해공항과 38㎞ 떨어져 있고 KTX가 이용 가능한 부산역과 35㎞, 울산역과 51㎞ 떨어져 있어, 부득이 공연 당일 부산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 팬들에게 이같은 바가지요금 행태는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산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 |
▲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글로벌 부산콘서트 포스터(이미지_빅히트 뮤직) |
부산시는 이와 관련해 부서 회의를 즉시 개최하고 현장점검반을 편성, 현황 파악 및 현장 계도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지도점검을 하고 숙박업지회, 관광협회 등 관계기관을 통한 자율 계도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990년부터 자율요금 표시제가 도입돼 숙박업주가 받고자하는 금액을 정확히 게시했다면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으로 업소의 가격 정책을 규제하거나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분쟁 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숙박 예약이 취소될 때 사용 예정일 10일 전까지는 계약금을 전액 환급해주고 3~7일 전까지는 계약금 환급, 총 요금의 10~60%까지 배상해 주면 그만일 뿐이다.
10만명이 한 자리에 운집하는 대규모의 이번 콘서트가 성공적이고 의미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부산시는 전폭적으로 지원과 함께 울산시와 협력하는 등 부족한 숙박시설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바가지요금 행태는 해당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 차원의 면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서비스 업계의 자정 노력 또한 수반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진 여행지를 다시 찾는 일은 드물다. 바가지요금과 같은 이런 일부 업소들의 행태들은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켜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뿐더러 나아가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독이 될 뿐이다. 설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다시 가고 싶은 좋은 추억의 장소로 만드는 것은 결국 지자체는 물론 지역사회 모두의 노력에 달렸다.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장사하고 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상공인포커스 / 노가연 기자 ngy9076@naver.com
[저작권자ⓒ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