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동향] 플랫폼 중개수수료 15% 상한 법안 추진… 소상공인 vs 플랫폼 갈등 심화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9 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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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동 발의 '플랫폼 중개수수료 상한법', 국회 정무위 상정
핵심 내용: 배달·숙박·택시 플랫폼 중개수수료 15% 상한 설정
소상공인 단체 "절실한 생존 대책" vs 플랫폼 업계 "시장 경제 원칙 훼손"
전문가 "규제와 혁신 사이 균형점 찾아야"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플랫폼 수수료 상한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사진 = 챗GPT)

 

배달·숙박·택시 등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수수료를 15%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소상공인과 플랫폼 업계 간 갈등이 첨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5월 8일 여당과 야당 의원 52명이 공동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수수료 상한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에 회부됐다.


법안의 핵심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형 플랫폼(연 거래액 1조 원 이상)의 중개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15%로 제한하고, 수수료 인상 시 60일 전 사전 통보 및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위반 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국회 정무위 위원장은 "플랫폼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수수료 부과가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합리적 상한 설정을 통해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 소상공인 단체 총력 지지… "더 늦으면 안 된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법안을 전폭 지지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소상공인총연합회,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한외식업중앙회 등 15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수수료 상한법은 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국회의 신속한 입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5월 9일 국회 앞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 법안 즉각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만3,000명의 소상공인 서명부를 국회에 전달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배달앱 수수료로 매달 수백만 원을 내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이 이제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강 모 씨(41)는 "월 배달 매출 2,000만 원에 수수료만 500만 원을 낸다. 15% 상한이 적용되면 200만 원이 줄어 직원 1명 인건비가 나온다"며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플랫폼 업계 강력 반발… "혁신 저해, 소비자 피해 우려"

플랫폼 업계는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플랫폼 3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수수료 상한제는 시장 경제의 근본 원칙인 가격 결정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부가 민간 기업의 서비스 가격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극단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15% 상한이 적용되면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며, 이는 배달 인프라 투자 축소, 라이더 처우 악화,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팡이츠는 "적자 상태에서 수수료까지 제한하면 사업 지속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한 업계는 "수수료 상한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배달비 인상, 프로모션 축소, 서비스 지역 축소 등으로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국회 앞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소상공인들. (사진 = 챗GPT)


◇ 경제학자들 의견 분분…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되 방식이 관건"

학계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규제 찬성 측인 서울대 경제학부 박 모 교수는 "배달앱 시장은 2~3개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한 과점 시장이며, 소상공인에게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자율'을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수수료 상한제는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정당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KAIST 경영공학부 김 모 교수는 "가격 상한제는 부작용이 크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비나 부가 서비스 비용을 올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수수료 총량 규제보다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 강화, 소상공인 협의권 보장 등 '절차적 공정성' 강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15%라는 구체적 수치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업종별·서비스별 원가 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립을 넘어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수수료 갈등은 한국 디지털 경제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았다. 중앙대 경영학과 서 모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는 단기 처방에 불과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매출 연동형 수수료(매출이 적은 업체에 낮은 수수료율 적용), 성과 공유형 모델(플랫폼의 지역별 매출 증가분 일부를 소상공인에게 환원), 소상공인 공동 플랫폼 육성 등 다양한 상생 모델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수료 상한법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몇 %가 적정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디지털 인프라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혁신과 공정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서 잡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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