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2027년 최저임금 확정… 시급 1만 1,890원 vs 자영업자 “10% 인상은 사형선고”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2 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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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위, 시급 1만 1,890원(월 248만 5,010원) 확정… 현행 대비 5.7% 인상, 3년 만에 6%대 근접
▶ 자영업자 단체 “인상률·산입범위·차등적용 3대 요구 무산” 즉각 반발, 헌법소원 검토
▶ 5인 미만 사업장 인건비 부담 연 320만 원 추가… 자영업 이익률 전년 대비 2.4%p 하락 전망
▶ 노동계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 반발, 정부 “경제 여건 종합 반영” 해명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2027년 최저임금 확정 소식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여 대화하는 자영업자들. (사진 = 제미나이)

 

 

◇ “10% 인상은 사실상 폐업 통보”
7월 15일 오후 4시 32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27차 전원회의 끝에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시급 1만 1,890원. 현행(1만 1,250원) 대비 5.7% 인상이었다. 노동계 요구안(1만 2,210원)과 경영계 요구안(1만 1,250원 동결) 사이에서 공익위원 최종 조정안이 채택된 결과다.


발표 직후 서울 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 앞에서 회원 3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이 자영업의 지불 능력을 이미 초과했다는 우리의 반복된 호소가 무시됐다”며 “인상률·산입범위·차등적용 3대 요구가 모두 무산됐다.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는 하모 씨(57)는 발표 소식을 듣고 “직원 4명 시급을 인상하면 월 인건비가 78만 원 늘어난다. 편의점 두 곳 다 합치면 연 1,870만 원 부담이 새로 얹혀진다”며 “이건 인상이 아니라 사형선고”라고 격앙했다.


◇ 5.7% 인상의 파장 — 자영업 이익률 2.4%p 하락 전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오후 발표한 ’2027년 최저임금 영향 분석’에 따르면, 5.7% 인상 시 5인 미만 사업장의 연간 추가 인건비 부담은 평균 320만 원으로 추산됐다. 편의점·PC방·음식점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500만~700만 원까지 부담이 늘어난다.


이 인상이 반영되면 자영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현재 8.7%에서 6.3%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노영수 상근부회장은 “매출 3억 원 이하 자영업자의 63%가 영업이익률 5% 미만으로 진입하게 된다. 사실상 ‘월급 수준의 이익도 못 남기는’ 자영업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박준환 연구위원은 “음식점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1% 오르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0.6%포인트 상승한다. 5.7% 인상은 인건비 비중 3.4%포인트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평균 순이익률의 30~40%를 잠식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 산입범위·업종별 차등 적용, 또 다시 좌절
이번 협상에서 자영업계는 세 가지 핵심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첫째, ‘동결 또는 물가 상승률 이하 인상’. 둘째,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 셋째, 편의점·음식점 등 한계 업종에 대한 ’업종별 구분 적용’이었다.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는 노사 표결에서 찬성 8표, 반대 15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지난 2019년 이후 8년 연속 무산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김임용 정책본부장은 “일본은 47개 지역별 최저임금, 호주는 122개 산업별 최저임금을 운영한다. OECD 주요국 대부분이 차등 제도를 갖고 있다. 왜 유독 한국만 획일적 최저임금을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반응도 냉랭했다. 한국노총 이지혜 대변인은 “5.7% 인상은 최근 2년 누적 물가 상승률(7.4%)에도 못 미치는 실질 삭감”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는 정부의 관심 밖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 최저임금 미만율 15% 육박… ‘지키지 못하는 법’ 논란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 미만율 상승 우려도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최저임금 미만율(법정 최저임금을 못 받는 임금노동자 비율)은 14.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7년 인상 이후에는 16%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지선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15%를 넘어서면 ’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이 여섯 곳 중 한 곳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자체의 정당성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밤늦게 인건비를 계산해보는 편의점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정부 “고용시장 안정 최우선”… 후속 대책 발표 임박
이재명 대통령은 발표 직후 SNS를 통해 “노사 양측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결과다. 인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영업자·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다음 주 초 ▲ 최저임금 인상분 정부 보전 ‘일자리안정자금’ 재도입 ▲ 자영업자 4대 보험료 지원 확대 ▲ 카드수수료 우대 대상 확대 등을 담은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상 총 사업비는 1조 8,000억~2조 5,000억 원 규모다.


하지만 자영업 현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부산 서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6)는 “일자리안정자금이 다시 나온다 해도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 기간이 짧다. 결국 매년 오르는 인건비 부담은 자영업자 몫”이라며 “정부는 최저임금 올려놓고 뒤로 조금 나눠주는 시늉만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지웅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근본 문제는 자영업 부문의 지불 능력 격차가 크다는 데 있다. 카페 사장님과 스타트업 CEO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행 구조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지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인상만이 답이 아니다. 인상 폭·산입범위·차등 적용을 종합 설계하는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 매년 인상률만 두고 노사가 소모전을 벌이는 현재 구조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7년 시급 1만 1,890원. 이 숫자 뒤에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와 자영업자의 생존, 그리고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얽혀 있다. 7월의 확정 발표는 끝이 아닌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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