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애로사항 1순위 '고물가(56.3%)'… 2순위 '매출감소(48%)', 3순위 '인건비 증가(28.5%)'
월 순소득 187만 원,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락…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수익은 줄어드는 악순환
업종별·지역별 양극화 심화… 전환 없이는 생존 불가능한 시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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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올해 경영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며 고민하는 소상공인. (사진 = 챗GPT) |
2025년 2월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신년 경영실태조사'는 소상공인 현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지난 1월 중순 회원 기업 1,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9.3%에 달했다. 반대로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4.1%에 그쳤으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6.6%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비관률이다. 2020년 코로나 초기(85.2%), 2023년 금리 급등기(84.7%)보다도 낮다. 응답 소상공인들은 그 이유로 △ 고물가 지속(56.3%) △ 매출감소 기조(48%) △ 인건비 증가(28.5%) △ 정치 불안정(22.8%) △ 금리 인상(15.3%) 등을 꼽았다.
특히 고물가와 매출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비용은 올라가는데 판매 수익은 줄어드는 '이중 압박(Double Squeeze)'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조사 참여 사업가는 "재료비는 20% 올랐는데 고객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주지 않아서, 결국 우리가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 월 순소득 187만 원… "일해서 버는 게 아니라 자산을 깎아먹고 있다"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소상공인의 월 순소득이다. 조사 대상 소상공인들의 평균 월 순소득(영업이익)은 187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월급 기준 208만 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즉, 자영업을 해서 번 돈이 타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임금조차 못 미친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편의점(143만 원), 일반음식점(156만 원), 미용실(167만 원), 부동산중개(174만 원) 등에서 더욱 심각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도 있었는데, 학원(247만 원), 세무사(234만 원), 변호사(218만 원) 등 전문직 영역이었다. 이는 "전문지식이나 높은 부가가치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더 문제는 월 순소득의 향상 추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2022~2024) 소상공인의 월 순소득은 193만 원 → 189만 원 → 187만 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임금은 올라가는데 소상공인의 실수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에서 30년간 미용실을 운영해온 김 모 씨(65)는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고였는데, 인건비·임대료·재료비가 다 올라서 결국 남은 게 없다"며 "몸을 팔아서 버는 수준인데, 이게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나 싶다"고 한탄했다.
◇ 업종별·지역별 양극화 가속화… "생존하는 업종" vs "사라지는 업종"
조사 결과 소상공인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이 명확하다. 개인서비스업(미용, 의류 수선 등) 월 순소득 156만 원, 일반소매업 162만 원인 반면, 온라인 플랫폼 기반 서비스업(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가맹점)은 294만 원, 정보통신서비스업은 287만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자영업인데도 업종에 따라 월 소득 차이가 2배 이상인 것이다.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소상공인 월 순소득은 평균 198만 원인 반면, 인구소멸위험지역의 소상공인은 142만 원에 그쳤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40% 수준이었으며, 같은 지역 내에서도 명동·강남역 같은 명소와 외곽 골목상권의 격차는 5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플랫폼에 의존하는 전통 소상공인'은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라고 진단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전통 소매업이 조기 폐업하는 사례가 2024년 한 해에만 3만 개를 넘어섰다. 중기중앙회 경제분석팀장은 "데이터로 보면 지금의 소상공인 위기는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라며 "산업혁명 수준의 사업 전환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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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폐업 위험에 처한 골목상권의 모습을 상징하는 텅 빈 상점가. (사진 = 챗GPT) |
◇ 연쇄 폐업 우려… "한두 개 가게 망하면 전체 상권이 무너진다"
경영 악화의 심각성은 폐업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올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8.2%로, 기존 조사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소상공인 10명 중 거의 4명이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연쇄 폐업'이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한두 개 가게가 망하면, 그 주변의 상권 전체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 도매시장 상인은 "이웃한 3개 가게가 연달아 폐업했는데, 고객 발길이 확 줄었다"며 "이제는 우리 가게도 폐업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권 연쇄 붕괴의 또 다른 측면은 '지역 경제 공동화'다. 인구소멸지역에서 소상공인 폐업이 가속화되면, 남은 주민들도 생활용품 구입을 위해 인근 도시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고,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된다. 통계청의 인구소멸위험지역 추정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2040년까지 전국 3,500여 개 읍면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
◇ "구조전환 없이는 생존 불가능"… 정부 지원의 전환점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소상공인 위기는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경제 변화(온라인 쇠락, 산업 고도화, 인구감소 등)에 기인한다"며 "정부 정책도 '버티기 지원'에서 '업종·사업 전환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진출 지원 강화, △ 소상공인 간 업종 통합(예: 떡볶이+분식) 장려, △ 고부가가치 서비스로의 전환 컨설팅, △ 유휴 점포의 공동 사용 활성화 등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폐업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도록, 폐업 후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추문갑 회장은 "2025년이 마지막 기회"라며 "정부가 정말로 도움을 주려면, 단기 생존 자금보다는 장기 생존 전략, 즉 업종·사업 모델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소상공인들도, 정부도 모두가 "구조 전환"에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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