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230만 영세 소상공인에 25만원 경영안정바우처 지급… 신청 방법과 대상은?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4 10: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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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230만 명에 25만 원 지급… 역대 최대 규모 경영안정 지원
배달비·수수료·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 경감 목적… 디지털 바우처 형태로 1분기 내 집행 완료 목표
신청 절차 복잡하고 지급 지연 우려… 현장 소상공인 "체감 효과 미지수" 반응 잇따라
고령 소상공인 디지털 접근성 한계… 오프라인 대리 신청과 전달 체계 혁신 시급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230만 명에 25만 원 지급… 역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경영안정바우처 신청을 위해 태블릿으로 서류를 확인하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모습. (사진 = 챗GPT)

 

2025년 2월,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 230만 명에게 1인당 25만 원의 경영안정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영업 현장에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번 바우처는 연매출 2억 원 이하,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며, 배달 수수료, 택배비, 포장재, 전기료 등 경영에 필수적인 고정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총 사업 예산은 5,750억 원으로, 소상공인 대상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바우처는 디지털 포인트 형태로 지급되며, 소상공인24 플랫폼과 제휴 업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지원 항목은 크게 배달비(배달 플랫폼 중개수수료·배달대행 수수료), 택배비, 포장재 구입비, 전기·가스·수도 공과금의 네 가지로 분류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내에 전액 집행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2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신청을 받아 3월 말까지 지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25만 원이라는 금액이 월 임대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모 씨(48)는 "25만 원이면 배달 앱 수수료 열흘치도 안 된다"며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걸로 경영이 안정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 "25만 원으로 뭘 하라는 건지"…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회의론

인천 부평시장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 씨(53)는 "겨울철 가스비만 월 80만 원인데 25만 원으로 뭘 하겠느냐"며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임대료 한 달치라도 지원해주는 게 실질적"이라고 꼬집었다. 대전 중앙시장의 한 건어물 상인 박 모 씨(61)도 "작년에 비슷한 바우처를 받았는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기한이 지났다"며 "바우처 금액보다 사용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25만 원이 경영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32.1%)와 "있으면 좋지만 체감하기 어렵다"(49.4%)가 압도적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추문갑 회장은 "바우처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세 소상공인이 매달 감당해야 하는 고정비가 300~500만 원인 현실에서 25만 원은 너무 작다"며 "지원 금액을 최소 5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보조까지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25만 원의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25만 원은 소상공인 월 평균 매출의 0.3~0.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경영 안정이라는 목적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작다"며 "다만 230만 명이라는 대규모 수혜자에게 일괄 지급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시그널링 효과는 인정된다"고 분석했다.

◇ 신청 절차의 벽… "서류 준비하다 장사 시간 다 날린다"

바우처 신청은 소상공인24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소상공인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사업자등록증, 매출 증빙 서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국세청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 등 구비 서류가 적지 않고, 공인인증서 또는 간편인증을 통한 본인인증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청 대상이 전년 130만 명에서 230만 명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서버 과부하로 접속 장애가 우려된다.


경기도 수원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아들한테 부탁해서 겨우 신청했는데, 서류가 하나 빠졌다고 반려당했다"며 "다시 서류 준비하려면 세무서도 가고 구청도 가야 하는데, 하루 장사를 쉬어야 한다. 25만 원 받으려고 하루 매출 20만 원을 포기해야 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사 바우처 사업에서 신청 대상자 중 약 20%가 절차 포기나 서류 미비로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46만 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 씨(68)는 더 심각한 경우다. 최 씨는 "스마트폰은 전화하는 데만 쓰고, 카카오톡도 아들이 깔아줘서 겨우 하는데, 온라인 신청이라니 나 같은 사람은 포기하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나이 든 상인들끼리 얘기해보면, 바우처가 있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신청하는지 모르는 분이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경영안정바우처 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 앞에 줄을 선 소상공인들. (사진 = 챗GPT)


◇ 전달 체계 혁신이 급선무… '찾아가는 서비스' 의무화 필요

전문가들은 "바우처 금액의 현실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청 과정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하여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 단위의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한 오프라인 대리 신청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금액의 크기보다 전달 체계의 효율성이 체감 효과를 좌우한다"며 "국세청이 보유한 매출 데이터와 건강보험공단 정보를 사전 연계하여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자동 심사·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신청 없는 지원(No-Application Support)' 모델로, 대상자를 정부가 먼저 선별하고 사전 안내를 통해 동의만 받으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제적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소상공인 긴급 지원 사업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상자를 사전 선별하고, 문자 메시지로 안내한 뒤 간단한 동의 절차만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의 신청 완료율은 92%로, 기존 자발적 신청 방식(74%)보다 18%포인트 높았다.

◇ 25만 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사용처 확대와 지급 주기 개편 필요

25만 원의 바우처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온기가 되려면, 전달 체계의 혁신과 함께 사용처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행 바우처는 배달비·택배비·공과금으로 사용처가 한정돼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항목은 임대료(48.2%)와 인건비(31.7%)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연 1회 25만 원 일괄 지급 방식보다는 분기별 또는 월별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 경영 안정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한 교수는 "소상공인의 현금 흐름은 월 단위로 관리되기 때문에, 일시금보다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 고정비 부담 완화에 실질적"이라며 "바우처 정책의 목적이 '경영안정'이라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돈을 주겠다'는 약속만큼이나 '얼마를, 어떻게, 언제 전해줄 것인가'의 문제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230만 영세 소상공인의 한숨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현장에서 체감되려면, 숫자가 아닌 구조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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