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1월 부가세 신고 대란, 적자인데 세금은 내야 하는 소상공인의 모순적 현실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3 13: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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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부가세 확정 신고 기간, 적자 소상공인도 매출 기반 부가세 납부 의무… "번 건 없는데 세금은 나온다"
간이과세자 기준 매출 1억400만 원으로 상향, 230만 영세 자영업자 혜택… 그러나 일반과세 전환 시 세 부담 급증
세무사 수수료 부담에 직접 신고 시도하는 소상공인 급증… 홈택스 접속 장애·오류 속출
소상공인 세무 부담 경감 위한 신고 간소화·납부 유예 제도 개선 시급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부가세 신고를 위해 서류와 씨름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모습. (사진 = 챗GPT)

 

매년 1월은 소상공인에게 '세금의 달'이다. 전년도 2기(7~12월)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납부 기한인 1월 25일이 다가오면서, 전국 수백만 자영업자들이 세무 신고에 분주하다. 문제는 경기 불황으로 적자를 기록한 소상공인도 매출에 기반한 부가세를 납부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차이를 납부하는 세금이다. 이론적으로는 '순이익'이 아닌 '부가가치'에 대한 과세이므로 적자 여부와 무관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입 증빙이 부족하거나, 인건비·임대료 등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한 항목의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의 경우, 실질적으로 적자임에도 상당한 부가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울 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양 모 씨(55)는 "하반기 매출이 9,000만 원이었는데, 임대료 3,600만 원과 인건비 2,400만 원을 빼면 실제로는 적자"라며 "그런데 부가세는 매출 기준으로 계산되니까 450만 원을 내야 한다. 번 것도 없는데 세금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혜택은 늘었지만 '턱걸이' 소상공인의 비명

2025년부터 간이과세자 기준 매출이 연 8,000만 원에서 1억4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약 50만 명의 소상공인이 추가로 간이과세 혜택을 받게 됐다. 간이과세자는 업종별 부가가치율(15~40%)을 적용받아 일반과세자 대비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매출이 1억400만 원을 살짝 넘겨 일반과세로 전환되는 '턱걸이' 소상공인에게는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절벽 효과'가 발생한다. 경기도 화성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 모 씨(48)는 "연매출이 1억600만 원으로 간이과세 기준을 겨우 넘겼는데, 부가세가 간이과세 때의 3배 가까이 뛰었다"며 "차라리 매출을 줄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세무사 업계에서는 "매출 기준의 단일 경계선이 소상공인에게 불합리한 세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국세무사회 이 모 부회장은 "간이과세에서 일반과세로 전환될 때 2~3년간 단계적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경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세무사 수수료도 부담"… 직접 신고 시도하는 소상공인 급증

부가세 신고의 복잡성 때문에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세무사에게 기장 대리를 맡겨왔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세무사 수수료(월 10~30만 원)마저 부담이 되어 직접 신고를 시도하는 소상공인이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 홈택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월 부가세 신고 기간 중 '셀프 신고' 비율은 38.7%로, 전년 동기(31.2%) 대비 7.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홈택스의 복잡한 인터페이스와 세무 지식 부족으로 인한 신고 오류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나 모 씨는 "매달 세무사에게 15만 원씩 내던 걸 올해부터 직접 하려고 홈택스에 들어갔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유튜브 보면서 따라 했는데, 매입세액 공제를 제대로 못 받아서 세금을 더 낸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강 모 씨도 "1월 25일 마감 직전에 홈택스에 접속하려 했더니 서버가 다운돼서 신고를 못했다"며 "결국 가산세를 물게 됐는데, 소상공인에게 가산세는 또 다른 벌금"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부가세 신고를 위해 세무서를 찾은 소상공인들로 북적이는 1월의 세무서 풍경. (사진 = 챗GPT)


◇ 소상공인 세무 부담 경감… '자동 신고 시스템'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의 세무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신고 절차의 자동화와 간소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 모 연구위원은 "카드 매출, POS 시스템, 세금계산서 자료를 국세청이 자동으로 연계하여 '사전 작성 신고서(Pre-filled Return)'를 제공하면 소상공인의 신고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세무 당국이 매출·매입 자료를 자동으로 집계하여 납세자에게 '사전 작성 신고서'를 발송하고, 납세자는 확인 후 제출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신고 오류율이 40% 이상 감소하고, 납세자 만족도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울러 적자 상태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부가세 납부 유예 제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법상 납부 기한 연장(최대 9개월)이나 분납(2개월 내)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세금은 국민의 의무, 그러나 '생존을 위협하는 의무'여서는 안 된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지만, 그 의무가 생존 자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호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부가세 납부 후 "생활비가 부족해졌다"는 응답이 42.3%,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납부했다"는 응답이 18.6%에 달했다. 세금을 내기 위해 빚을 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세무 부담 경감을 위해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현장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근본적으로는 소상공인의 실질 소득 수준을 반영한 탄력적 납세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납세자연맹 김 모 사무처장은 "소상공인에게 부가세는 '매출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 '생존에 대한 세금'으로 체감된다"며 "최소한 연매출 4,800만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부가세 납부 면제 기준을 현실화하고, 적자 사업자에 대한 환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1월의 부가세 신고 대란이 해마다 반복되는 한, 소상공인의 세무 고통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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