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명 중 7명 "직원 줄이거나 가족노동 전환"… 영세 자영업 고용 구조 급변
편의점·카페·음식점 아르바이트 채용 20% 이상 감소… "사람 쓸 여력이 없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 재점화… 업종별·지역별 현실 반영 요구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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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후 인건비 계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점 사장의 모습 (사진 = 챗GPT) |
2025년 1월 1일, 대한민국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인상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시급 1만 원 시대'가 열렸다. 2024년 9,860원에서 1.7%(170원) 인상된 수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만 원을 넘어섰다는 상징성은 크다. 월 환산액(주 40시간 기준)은 209만6,270원으로, 소상공인 1인당 연간 인건비 부담이 약 40만 원 이상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이 '40만 원'이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4년 4분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억 원 미만 소상공인의 월 평균 영업이익은 187만 원에 불과하다. 직원 1명의 최저임금 월급(약 210만 원)이 사장 자신의 소득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정 모 씨(44)는 "내 월급보다 직원 월급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누구를 고용하겠느냐"며 "결국 새벽부터 밤까지 혼자 가게를 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회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에서는 68.7%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줄이거나 가족노동으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23.4%에 달했다.
◇ 편의점·카페·음식점, 아르바이트 채용 '빙하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이 1월 첫째 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규 채용 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카페·음료점은 18.7%, 일반음식점은 25.1% 줄었다. 전체 서비스업종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전년 대비 19.8% 감소하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52)는 "작년까지 야간 아르바이트를 2명 고용했는데, 올해부터는 1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아내가 교대로 들어간다"며 "시급이 오를수록 사람은 줄이고 가족을 투입하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 씨(47)도 "배달 건수가 줄어 매출이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올랐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없애고 혼자 배달까지 뛰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의 평균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32.8%로, 5인 이상 사업장(22.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최저임금 1.7% 인상은 대기업에게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 "시급 1만 원이 무슨 의미가 있나"… 노동자도 불만족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겼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76.3%가 "1만30원으로는 기본 생활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서울 기준 원룸 월세 평균이 55만 원, 식비·교통비·통신비를 합산하면 월 최소 생활비가 150만 원을 넘는 현실에서, 월 209만 원(세전)은 결코 넉넉한 수준이 아니다.
인천에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이 모 씨(23)는 "시급이 1만 원이 됐다고 하지만 물가도 그만큼 올랐다. 작년 대비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줄었다"며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니 오히려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최저임금 정책의 근본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고, 동결하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이 악화되는 구조적 모순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분석팀은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특히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고용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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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최저임금 인상 후 야간 직원을 줄여 혼자 운영 중인 편의점의 모습. (사진 = 챗GPT) |
◇ 차등 적용 논의 재점화… "업종별·지역별 현실이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 논쟁이 반복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차등 적용론'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전 업종·전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서울 강남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지방 소도시의 개인 분식집이 동일한 시급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소한 종업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허용하거나, 한시적 유예 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문갑 회장은 "동일한 최저임금이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탄력적 최저임금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차등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를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하한선이며, 이를 낮추는 어떤 시도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구조적 해법 없이는 '시급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쟁의 근본 원인이 한국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진단한다.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약 20%)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과잉 자영업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최저임금 갈등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 모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 과잉 문제는 고령층의 조기 퇴직과 재취업 시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50대 이후 퇴직자들이 대안 없이 자영업으로 유입되면서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상을 흡수할 수 없는 영세 자영업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시급 1만 원 시대는 소상공인에게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겼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면서 영업을 지속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1인 운영·무인화·자동화 등 고용 구조를 전환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0.5% 안팎의 소폭 인상과 두 자릿수 인상을 오가는 '시급 전쟁'을 끝내려면,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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