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전략] 폐업 후 플랫폼 노동자가 된 사장님들의 첫 새벽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3 17:01:20
  • -
  • +
  • 인쇄
재취업 시장의 높은 벽과 일용직으로의 내몰림
안전망 없는 사회가 만든 '불완전한' 두 번째 직업

▲ 어제까지는 음식을 만들어 내놓던 손이 이제는 남이 만든 음식을 배달한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더 치열한 생존 방식의 시작이었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가게 문을 닫은 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잠드는 시간이었다.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던 사람이 이제는 새벽에 알람을 맞춘다. 대리운전 앱 호출이 많아지는 시간, 물류 상하차 인력이 모이는 시간, 배달 플랫폼의 첫 주문이 뜨는 시간. 어제까지는 사장이었지만 오늘은 호출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호출이 잡히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예전에는 손님을 기다렸고, 이제는 일을 기다린다. 차 안에서 다음 목적지를 확인하며 그는 문득 깨닫는다. 오늘 하루 수입이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배달 가방을 메고 골목을 달릴 때 지나치는 가게들은 아직 불이 꺼져 있다. 그 가게들 중에는 자신처럼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사장이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플랫폼 노동자가 되어 같은 거리를 지나간다.

일용직 인력 사무소 앞에는 새벽 공기가 차갑다. 번호표를 받아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 나이도, 이전 직업도, 사장이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오늘 일할 수 있느냐가 전부다.

“처음 오셨어요?” 누군가 묻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질문은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전의 시간을 내려놓았느냐는 질문처럼 들린다.

소득은 줄어들었지만 노동 시간은 늘어났다. 가게를 할 때보다 더 오래 일하지만, 통장에 남는 돈은 적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빚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존 방식의 시작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사회적 위치다. 명함에 적혀 있던 ‘대표’라는 두 글자가 사라지고, 호출 수락 화면이 그의 이름을 대신한다.

그러나 이 길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폐업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취업 시장은 나이를 묻고, 경력을 묻고, 자격증을 묻는다. 가게를 운영했던 시간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소상공인이 플랫폼 노동과 일용직 노동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폐업 이후의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고금리 시대에 폐업은 늘고 있다. 그러나 폐업 이후의 노동 이동은 정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업률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해체는 사회의 노동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는 새벽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가게를 할 때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오래 일하지만 왜 미래는 더 불안한가.

사장이었던 사람들의 새벽은 그렇게 시작된다. 간판 대신 플랫폼 알림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출 대신 호출 수락 횟수로 생계를 계산한다.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것은 장사가 잘되게 하는 정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폐업 이후에도 인간다운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실업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 그는 오늘도 호출 버튼을 누르며 중얼거린다. “그래도 살아야지.”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폐업 이후에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재취업 프로그램, 직업훈련,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훈련수당과 구직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을 병행하면서 직업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소득 공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 소상공인포커스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biz1966@naver.com

[저작권자ⓒ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영현 기자

오늘의 이슈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