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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경제의 경쟁 구도가 무역과 자본 중심에서 인재와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국제학생의 이동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우수 인재의 확보와 활용이 중요해진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25만 명 시대를 맞은 한국도 유학생 유치를 넘어 교육과 연구, 취업과 창업을 산업과 연결하는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 정착한 인재뿐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간 졸업생까지 지속적인 협력 관계로 연결해 사람의 이동이 지식과 기술, 산업과 자본, 무역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향후 글로벌 인재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 사람의 이동이 지식과 기술, 산업과 자본의 흐름을 바꾼다
세계 경제를 설명하는 오래된 문법은 무역과 자본이었다.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하고,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며, 더 강한 제조업과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양자기술, 우주항공과 같은 첨단산업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의 출발점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과 자본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자산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람이다.
오늘날 세계는 무역전쟁을 넘어 인재전쟁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자와 기술자, 창업가와 대학생을 누가 먼저 유치하고, 그들이 가진 지식을 기술과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생산공정과 설계를 이끌 인재가 없다면 공장은 가동될 수 없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만들어낼 연구자와 개발자가 부족하면 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된다.
글로벌 인재경쟁이 대학에서 시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세계 대학에는 약 2억6천만 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30만 명이 출신국을 떠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다. 2000년 해외유학생이 약 20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여 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제학생의 이동은 이제 개인의 교육 선택을 넘어 국가 간 지식과 기술, 문화와 경제관계가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고등교육 과정에서도 국제학생의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OECD 평균으로 외국인 또는 국제학생이 전체 고등교육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에서 2023년 7.4%로 상승했다. 국제학생 유치가 대학의 국제화에만 머물지 않고 연구역량과 노동시장, 인구정책과 산업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각국 정부가 국제학생의 졸업 이후까지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제학생은 이미 현지 교육을 받았고 언어와 제도, 기업문화에 적응한 인력이다. 새로운 해외 인재를 직접 채용하는 것보다 노동시장에 진입시키기 쉬운 인재군이기도 하다. OECD는 주요 국가들이 졸업 후 취업과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인재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고 분석한다. 다만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주거비와 교육기관 수용 능력, 낮은 정착률과 유학산업의 질적 문제를 이유로 정책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 국제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유치한 인재를 어떻게 교육하고 산업과 연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한국도 이미 국제학생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바탕으로 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은 25만3천434명이다. 학사 과정 12만150명, 석사 과정 4만1천278명, 박사 과정 1만7천762명, 어학연수 과정 5만8천764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인 유학생 25만 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숫자의 증가는 출발점일 뿐이다. 한국이 이들을 교육서비스의 소비자로만 바라본다면 유학생 증가가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대학에 등록금을 납부하고 일정 기간 거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으로만 인식해서도 안 된다. 이들이 어떤 지역에서 왔는지, 무엇을 전공하고 있는지, 한국의 어느 기업과 산업에 관심을 두는지, 졸업 후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 광둥성에서 온 인공지능 전공 학생은 앞으로 한국의 정보통신기업과 중국 첨단제조업을 연결할 수 있다. 몽골에서 온 지질·자원공학 전공자는 한국 소재기업과 몽골 광물산업의 협력자가 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출신의 의료·공학 인재는 중앙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현지 언어와 제도, 산업환경을 이해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유럽에서 한국의 제조업과 문화산업을 경험한 학생은 귀국 후 현지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한국과 공동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모든 유학생이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교역 증가에 직접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이동만으로 경제적 성과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기업의 채용과 인턴십, 정부의 체류·취업제도, 지역사회의 수용성, 졸업 이후 동문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인재가 들어와도 전공과 맞지 않는 단순 아르바이트만 반복하거나, 기업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졸업한다면 한국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은 산업적 자산으로 전환되기 어렵다.
따라서 글로벌 인재정책은 입국자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지식과 역량을 산업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몇 명 유치했는가보다 이들이 어떤 전공에서 공부하고, 어떤 연구실과 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며, 졸업 후 어떤 산업으로 이동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국내에 정착한 인재뿐 아니라 귀국한 졸업생이 한국과 어떤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귀국은 인재의 손실로만 볼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졸업생이 본국의 기업인이나 공무원, 교수와 연구자, 투자자로 성장해 한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공동연구에 참여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인재 순환이 만들어진다. 이들이 한국 제품과 기업문화, 기술력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신뢰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숙련인력과 이주자 네트워크가 국가 간 정보비용을 줄이고 생산성과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축적돼 있다. 글로벌 인재의 경제적 가치는 다음의 흐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이 이동하면 지식이 이동한다. 지식은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새로운 기술로 전환된다. 기술은 제품과 서비스, 창업을 통해 산업으로 확산된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산업에는 벤처캐피털과 기업투자, 정책금융이 들어온다. 자본을 확보한 기업은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무역과 투자를 확대한다. 그 결과가 다시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국제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사람, 지식, 기술, 산업, 자본, 무역, 국가경쟁력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하나의 인적자본 가치사슬을 형성한다.
특히 자본은 기술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정책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자금이 특정 산업에 몰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은 뛰어난 연구자와 기술자, 창업가가 모이는 곳을 따라간다. 세계적인 대학 주변에 연구소와 스타트업, 투자기관이 밀집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우수한 인재가 지식을 축적하고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기업과 자본을 움직인다.
한국은 제조업과 디지털 인프라, 높은 교육 수준, 안전한 생활환경,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외국인 인재가 대학에서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 취업비자와 창업비자의 연계, 중소기업의 외국인 전문인력 활용 경험, 졸업생 동문관리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유학생을 모집하는 정책과 졸업 이후 인재를 활용하는 산업정책이 분리돼 있다면 25만 명이라는 숫자의 경제적 의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나라가 세계의 젊은 인재에게 선택받는가, 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얼마나 존중하는가, 대학에서 배운 역량을 기업과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가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좌우하게 된다.
한국에서 공부한 외국인 대학생은 현재의 등록금 수입이나 지역 소비를 만들어내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10년 후 현지 기업의 임원이나 창업가,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로 성장해 한국의 새로운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경험한 교육과 기업, 사람과 문화에 대한 기억은 그들이 미래에 한국과 협력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인재브리지』는 바로 이 가능성을 추적하려 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과 어려움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 사람의 이동이 어떤 지식을 옮기고 어떤 기술과 산업을 만들며, 자본과 무역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장기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사람을 취재하되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그 사람을 둘러싼 대학과 기업, 기술과 산업, 국가 간 경제관계까지 살펴볼 것이다. 한국에 남은 사람뿐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간 졸업생도 추적할 것이다. 성공한 인재만이 아니라 취업과 창업에 실패하거나 다른 국가로 이동한 사례도 함께 분석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의 글로벌 인재정책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무역전쟁을 넘어 인재전쟁으로 가고 있다. 무역은 국가경쟁력의 결과이지만, 그 출발점에는 사람과 지식이 있다. 사람이 움직이면 지식이 움직이고, 지식이 움직이면 기술이 발전한다. 기술은 산업을 만들고, 산업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본과 산업은 새로운 무역을 만든다.
국가의 미래는 결국 얼마나 많은 인재를 보유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세계의 인재를 얼마나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역량을 성장시키며, 국내외 산업과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이제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국가를 넘어, 세계의 인재와 함께 성장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인구감소와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마주한 한국이 선택해야 할 새로운 경제전략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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