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경제] 버틴 게 아니라 설계했다...30년 노포 사장이 말하는 위기 생존의 구조

노금종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8 14: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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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보다 지속에 집중, 위기를 상수로 설계한 노포의 경영 모델
IMF부터 코로나까지 버틴 힘, 가장 나빴던 해를 경영의 척도로
▲ 서울의 한 골목에서 30년째 자리를 지켜온 식당 주인이 핵심 메뉴를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화려한 확장보다 고정비 방어와 내실 경영에 집중해온 이 가게는, 위기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계산하는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통해 숱한 경제 파고를 넘으며 지역 상권의 산증인이 되고 있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장사가 잘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망하지 않았을 뿐이죠.” 서울 한 골목에서 3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 사장의 말이다. 겸손처럼 들리지만, 이 말에는 생존의 구조가 담겨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운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최저임금 급등, 코로나19 팬데믹, 고금리·고물가 시대까지 상권은 여러 번 뒤집혔다. 그럼에도 같은 자리에서 간판을 유지한다는 것은 하나의 경영 모델이다.

 

◇ 30년 노포 사장이 말하는 생존의 구조


위기는 사건이 아니라 반복 구조다. 많은 자영업자는 위기를 예외적 사건으로 본다. 그러나 오래 버틴 사장들은 위기를 주기적 변수로 계산한다. 가장 좋았던 해가 아니라 가장 나빴던 해를 기준으로 손익 구조를 맞춘다. 이 사고의 차이가 생존을 가른다.

첫째, 마진보다 현금흐름을 본다. 장부상 이익이 아니라 실제 통장 잔액을 기준으로 운영한다. 설비 교체는 감가 계획을 세우고, 대출은 최소화한다. 확장보다 유지에 집중한다. 코로나 시기 매출이 급감했지만 고정비를 낮게 유지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둘째, 메뉴를 늘리지 않는다. 매출이 줄면 메뉴를 늘리는 대신 회전율과 원가율을 분석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일부 핵심 메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효율을 선택한다.

셋째, 단골은 마케팅이 아니라 태도의 결과다. 광고는 손님을 데려오지만 태도는 손님을 남긴다. 관계 자산은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지만 위기 때 가장 강한 자산이 된다.

넷째, 위기 때 확장하지 않는다. 상승장에서 확장은 전략이지만 하강장에서는 방어가 우선이다. 공실이 늘어도 무리한 확장은 하지 않는다. 

 

▲ 우리는 대박 사례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지속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가. (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이 가게의 매출은 급격히 늘지 않았지만 크게 줄지도 않았다. 고정비 비율은 45% 이하, 부채 비율은 20% 이하를 유지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

오늘날 30년 가게가 줄어드는 이유는 개인 역량 부족이 아니라 구조 변화다. 높은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 고정비 비중 확대는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게 만든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대박 사례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지속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가.

30년을 버틴 가게는 운이 좋은 가게가 아니다. 위기를 상수로 넣고 설계한 가게다. 성장은 뉴스가 되지만 지속은 기록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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